“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으니/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아, 얼마나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이었는지 말하기 힘든 일이니/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죽음 못지않게 쓰라린 일이지만/거기에서 찾은 선을 이야기하기 위해/내가 거기서 본 다른 것들을 말하련다.”(단테 신곡 지옥편 1:1~9)
이탈리아의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가 1308년부터 1320년까지 쓴 ‘신곡’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괴테)으로 꼽힌다. 작가이자 주인공인 단테가 살아 있는 몸으로 일주일 동안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것을 1만4,233행에 걸쳐 쓴 대서사시로, 중세 유럽의 사상과 관념, 의식 세계가 총체적으로 집약된 고전 중의 고전이다.
단테는 ‘신곡’을 완성하고 1년 뒤인 1321년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단테 서거 700 주기이자 ‘신곡’의 최종적인 완성 700주년을 맞아 ‘신곡’을 새롭게 선보이는 도서들이 출간됐다.
먼저, 열린책들은 2007년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의 김운찬 교수가 번역한 이탈리아어 완역본에 귀스타브 도레(1832~1883)의 삽화를 모두 수록한 ‘신곡’ 개정판을 최근 출간했다. 지옥 75점, 연옥 42점, 천국 18점에 도레가 그린 단테의 초상화 1점까지 총 136점의 삽화가 수록됐다. 지옥 형벌의 온갖 참혹한 광경들, 저승에서 마주친 유명한 인물들, 천사들의 율동으로 수놓인 하늘의 황홀함 등이 도레 특유의 세밀한 묘사력과 만나 생생하게 펼쳐진다.
개정판 출간에 맞춰 전반적인 개역 작업으로 번역과 주석에 완성도를 높였다.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곡’ 원전을 연구하며 기존의 중역본과 개역본의 오류를 바로잡았던 김운찬 교수는 초판 출간 후 10년 이상이 지난 것을 감안하여 3,000여 개의 역주를 보완했다. 기존의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3권으로 분권돼 있던 것도 한 권으로 합쳤다.
민음사는 박상진 한국외대 교수의 방대한 주석을 단 ‘신곡 주해판’을 15일 출간할 예정이다. 민음사 역시 앞서 2007년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박상진 교수가 번역한 ‘신곡’을 세 권에 걸쳐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주해판은 단순한 뜻풀이에 그치는 주석이 아닌, '지옥' '연옥' '천국'을 넘나들며 당대 피렌체의 역사적 상황부터 성서적 맥락을 유기적으로 해석한, '주석이 본문인' 책에 가깝다. '지옥' '연옥' '천국' 각 권당 1,000페이지 분량으로 나뉘어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