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내에서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성 난청을 일으키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최재영ㆍ정진세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지헌영 연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성 난청을 유발하는 과정과 치료 약물인 ‘라파마이신’의 효과를 확인했다.
유전성 난청은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달팽이관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질환으로, 보청기 사용이나 인공 와우 수술로 치료한다.
현재까지 121개 종류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성 난청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에는 이 중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유전성 난청 환자 20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난청은 10대 중ㆍ후반에서 발병하며 나이가 들수록 청력이 감소하는 진행성 난청이다.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가 난청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2015년 처음 보고됐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우선 연구팀은 OSBPL2 유전자가 없는 실험 쥐(마우스)를 만들고 이 마우스에서 난청이 발생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가 과발현하는 마우스를 만들어 관찰한 결과, 해당 마우스에서 난청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성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과 과정 등이 확인됐다.
정상적인 유전자 단백질과 달리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 단백질은 귀에 있는 세포의 자가 포식(Autophagy) 기능을 하는 자가 포식체(autophagosome)에 축적됐다. 자가 포식은 세포가 자체적으로 체내 불필요한 물질 등을 제거하는 기능을 뜻한다.
유전자 돌연변이 단백질이 귀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세포의 자가 포식 기능이 억제돼 난청이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이에 연구팀은 세포의 자가 포식 기능을 활성화하는 면역 억제제 라파마이신이 유전성 난청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마우스에 라파마이신을 주입하자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 단백질이 귀에 축적되는 양이 주입 전과 대비해 50% 이상 줄어들면서 청력 손실이 억제됐다.
이어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난청 환자 5명에게 라파마이신을 주입한 결과, 난청과 이명이 동반된 2명 모두 증상이 개선됐다. 라파마이신을 유전성 난청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확인된 대목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최재영 교수는 “연구에서 OSBPL2 유전자 돌연변이 단백질이 귀에 있는 세포의 자가 포식체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유전성 난청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유전성 난청에 대한 라파마이신 효과를 입증한 만큼 유전성 난청 질환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세포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오토파지(Autophagy)’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