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증권사 직원이 권오수(63)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주가 하락을 방어해달라고 부탁하자, 김건희씨 계좌에서 주식을 매수한 기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전직 증권사 직원 A씨가 권 전 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과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식 호가장을 공개했다. A씨는 권 전 회장으로부터 주가 관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날 공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7월 권 전 회장에게 "혹시 주변에 물 타실 분이 있으면 방어라도 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권 전 회장은 이후 김건희씨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1,500주를 매수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제가 부탁하니 샀을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다만 "1,500주면 (다 합쳐) 500만 원 정도"라며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A씨가 권 전 회장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3,300원 정도로 수개월 전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한 상태였다. 검찰은 "조금씩 사서 보태준 모양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A씨가 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김건희씨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도한 기록도 제시하며 이유를 물었다. A씨는 "매수인이 주식을 싸게 사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2년 8월 김건희씨 계좌에서 1만 주를 매수한 호가장도 공개됐다. 검찰은 "김건희 계좌가 자주 등장하는데 김건희가 권오수 주변 계좌가 맞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호가장에) 매매 내역 이름이 안 나와서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A씨 등 속칭 '선수'들이 먼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구매한 뒤, 권 전 회장에게서 들은 내부 정보를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과 지인들에게 흘리며 매수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건희씨가 이들의 주가조작 과정에서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범죄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