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필리핀 합동군사훈련에 中전투기 출격, 무력시위 이유는

입력
2022.04.01 15:25
대만 마주한 해안서 상륙훈련 진행하자 '발끈' 
남중국해 문제도 심각… 무력 충돌 여지 남아

미국과 첨예하게 갈등 중인 중국이 필리핀 인근 해역에 자국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무력 시위를 벌였다. 미국과 필리핀이 대만과 마주하는 해안에서 합동 상륙훈련을 벌인 것에 항의하는 의미다. 당장 양측의 무력 충돌은 없었지만,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역시 심각해지고 있어 역내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는 모양새다.

1일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와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필리핀과 인접한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H-6 폭격기, J-10 전투기, J-16 전투기, KJ-500 조기경보기 등 중국 군용기 11대를 진입시켰다. 중국은 현재까지 군용기를 기습 운용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필리핀 군당국은 같은 날 북부 클라베리아 지역에서 미국-필리핀의 합동군사훈련 '발리카탄'의 일환으로 상륙훈련이 진행된 것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클라베리아는 대만 가오쓩 지역과 마주하는 필리핀 북부의 군사 요충지다. 중국 입장에선 대만 사태 발생 시 양국의 개입이 전제된 훈련으로 보고 항의에 나선 셈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중국의 무력 시위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예정된 훈련을 모두 진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필리핀 양군은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다른 북서부 해안에서 △실사격 훈련 △항공기 포격 △모의 도심전 등을 계획대로 이어갈 예정이다. 로물로 퀘마도 필리핀 해병대 대령도 전날 "클라베리아에서 실시된 상륙훈련은 해안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특정 국가의 반감을 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미ㆍ필리핀과 중국 간 갈등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2년 동안 끊이지 않는 중국의 도발에 친중 계열이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2020년 일방적으로 종료 발표를 한 미국과의 상호방위협정(VFA)을 원상복구시킨 뒤 올해 발리카탄 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중국 견제가 필요했던 미국은 자국 병력 5,100명을 훈련에 참가시키며 화답했다.

양국 군 수뇌부도 남중국해 분쟁에 더 적극적인 대응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티모시 브래디 미 제3해병연대 대령은 "발리카탄 훈련의 목적은 양국 동맹을 강화하고 필리핀 인근 지역 안보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렌스 미나 필리핀 지방군 사령관도 "국제사회에서 펼쳐지는 분쟁에 양국이 휘말릴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양국은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