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사활동 줄이겠다더니… 美 "키이우 등 4곳에 공습 집중"

입력
2022.04.01 07:42
24시간 전투기 300회 출격 공습
러, 핵무기 사용 준비 징후 없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4개 지역에 공습을 집중하고 있다는 미 군 당국의 평가가 나왔다. “군사활동을 축소하겠다”던 이틀 전 발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부 고위 관계는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남쪽 이지움, 동부 돈바스 네 곳에 러시아 공습이 몰리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이 지난 24시간 동안 300회 이상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횟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키이우는 여전히 상당한 위협에 놓여있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러시아는 지난 29일 우크라이나와의 5차 평화협상 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키이우 등에 배치된 러시아군을 재편성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 협상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은 키이우를 에워쌌던 러시아군 20%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이는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병력 일부는 침공의 길목이었던 벨라루스로 이동했고, 이는 전열 재정비를 통해 우크라이나 내 다른 곳에 배치하려는 의도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이 이날 “일부 러시아 부대의 이동은 철수가 아니라 위치 변경”이라며 “돈바스 지역에서 공격 태세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판단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어 당국자는 “현시점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우리의 평가나 전략적 억제 태세를 변경할 러시아의 어떠한 활동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전 직후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으로 ‘속전속결’ 침공은 물론, 한 달이 훌쩍 넘는 시점까지 목적 달성을 못 이루자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밝힌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 달러(약 9,700억 원) 규모 추가 군사 원조는 이달 중순쯤 인도가 마무리 될 예정이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의 군사 지원에는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 800기,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2,000기 등 9,000기의 대기갑 공격무기, 공격용 무인 드론 100기, 기관총ㆍ유탄발사기 등 7,000 정 등이 포함됐고 첫 인도분은 지난 20일 동유럽에 도착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