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장 인사 공방, 또 신구 권력 충돌인가

입력
2022.04.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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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드나 싶던 신구 권력갈등이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 인사 문제로 다시 격화하고 있다. 시비는 지난 28일 대우조선이 정기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 박두선 전 대우조선 조선소장(부사장)이 문재인 대통령 쪽 인사라는 데서 비롯됐다. 원일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31일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에 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창을 대표로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거칠게 공박했다.

윤석열 당선인 측 공박은 인수위가 대우조선 사장을 포함한 정권 말 인사 자제를 사전에 요청했음에도 현 정권이 무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선임을 강행했다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신혜현 부대변인이 나서 “인수위가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어 “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되레 인수위의 코드인사 의도를 문제 삼았다.

박 사장 인사는 대선 전에 이미 내정됐고 이번에 합당한 절차를 거친 만큼 문제없다는 게 대우조선과 산은 등의 입장이다. 청와대도 인선 개입을 부정한다. 하지만 그동안 적극적 공적자금 투입으로 대우조선 회생을 강력 추진하면서 현지의 큰 호응을 얻은 문 대통령의 영향력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했다는 분석도 많은 게 사실이다. 박 사장은 문 대통령이 2018년 초 옥포조선소를 찾아 뱃고동을 직접 울리며 임직원들의 환호를 받을 때 밀착 수행한 후 두 달 뒤 전무, 1년 후 조선소장으로 고속 영전했다.

박 사장은 대우조선에 36년간 근무한 경영 전문인이다. 문 대통령과 인연을 감안해도 ‘몰염치’ 같은 용어까지 동원되는 건 지나쳐 보인다. 그럼에도 대우조선이 거제 일원에서 3만5,000여 명의 일터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현 정권의 ‘텃밭 일구기’라는 의혹을 살 만한 것도 사실이다. 인수위는 비판의 품위를 지키고, 청와대는 성실하게 의혹 해명에 나설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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