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한국은행 총재 공백 사태가 빚어지면서, 2주 앞으로 다가온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금통위에서 총재 없이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 앞으로 남은 일정이 서둘리 마무리될 경우 새 총재가 4월 금통위를 주재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물리적 시간이 여의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1일 한은에 따르면, 이창용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는 오는 1일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나선다. 이 후보자는 이날부터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에 출근할 예정이다. 최근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낸 이 후보자는 지난 30일 귀국했다.
이주열 총재 임기가 31일로 끝난 만큼, 사상 초유의 한은 총재 '공백' 사태는 현실이 됐다. 시장의 관심은 4월 14일로 예정된 금통위로 옮겨졌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전까지 총재가 임명되지 않을 경우 사상 첫 금통위 총재 공석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는 당연직으로 금통위 의장을 맡는다.
관건은 인사청문회 일정이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보고서 채택, 대통령 임명까지 2주 안에 끝내야 오는 14일 금통위 주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앞선 사례를 비춰볼 때 시간이 빠듯하다.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이주열 총재의 경우 2014년 지명 당시엔 지명(2014년 3월 3일)부터 인사청문회(3월 19일)까지 16일이 걸렸다. 2018년 연임 땐 연임 발표(2018년 3월 2일)부터 인사청문회(3월 21일)까지 19일이 소요됐다. 인사청문회와 대통령 임명이 지금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해도 2주란 시간은 빠듯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도 총재 공백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최근 한은은 주상영 금통위원을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으로 결정했다.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 의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금통위원들이 6개월씩 돌아가며 직무를 대행한다.
물론 이 후보자가 총재로 부임해 아슬아슬하게 4월 금통위 의사봉을 잡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여야의 이견이 크지 않을 경우 인사청문회 이후 보고서 채택까진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이주열 총재의 경우 2014년과 2018년 두 번 모두 인사청문회 당일 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최근 이 총재도 "제 전례를 비춰보면 다음 회의까지 취임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공백이 발생할 경우라도 금통위는 합의제 기관이므로 통화정책은 차질 없이 수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