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로 2년간 골프가 호황을 누린 가운데 최근에는 테니스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대표하는 스포츠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신체접촉이 없어 거리두기가 용이하면서도 운동량이 많은 도심형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완연한 봄기운에 발맞춰 유통업계는 테니스에 막 입문한 '테린이'(테니스+어린이) 잡기에 나섰다.
12일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3월 테니스 용품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210% 증가했는데, 특히 테니스 라켓 매출은 229%나 뛰었다. 같은 기간 티몬도 라켓(23%), 테니스복(18%) 등 관련 용품 매출이 40% 상승했고, 롯데온 역시 테니스복이 포함된 스포츠 의류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골프처럼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 '가심비'(마음의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테니스 수요가 늘고 있는 영향이다. 무엇보다 테니스복 특유의 세련된 패션을 추구하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이날 기준 '테린이'라는 해시태그(#)는 약 21만9,000건인데, 테니스복의 상징인 '플리츠 스커트'와 '피케 티셔츠'를 착용한 인증사진이 대부분이다.
옷은 물론 모자, 긴 양말 등 테니스에 기반을 둔 패션 아이템들이 이미 일상복으로 소비되고 있어 MZ세대가 부담없이 '테니스웨어'에 도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테니스복 라인을 새롭게 선보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럭키마르쉐', LF의 '아떼 바네사브루노', 휠라 등도 일상에서 착용 가능한 테니스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휠라는 테니스웨어를 출시하면서 운동할 때 입기 좋은 '액티브온'과 운동 전후 일상복으로 적당한 '액티브 오프'로 상품군을 아예 나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테니스복은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하면서도 골프복보다 일상에서 소화하기 더 쉽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활동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웨어 경쟁이 심화한 백화점에서도 올해는 테니스웨어 시장까지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테니스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편집숍 '케이스스터디 테니스 클럽'을 개점했다. 테니스복과 함께 28만 원 상당의 라켓 및 테니스공, 휴대폰케이스,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는데 일부는 공개 하루 만에 완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