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미크론 대유행 감소세에 맞춰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가 완화한다. '사적모임 인원 10인·영업시간 제한 오후 12시'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폐지' 입장을 밝혔지만, 확산세에 따른 위중증 환자·사망자 증가를 고려해 '단계적 완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31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 등을 열어 거리두기 조정 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확산세는 꺾였다는 판단에 따라 '사적모임 8인·영업시간 오후 11시' 현행 거리두기를 한 단계 더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은 2인 늘리고, 영업시간은 한 시간 추가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10인·12시' 안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인수위가 전날 "영업시간 제한은 폐지하자"고 공개 요청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에 당장 다음주부터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이 자정까지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다시 10인·12시로 유턴한 건 아직 확산세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로선 확산세가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해도 대폭 조정은 부담이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2만743명이었다. 줄었다 한들 여전히 수십만 명 수준이다. 위중증 환자는 1,315명으로 전날(1,301명)에 이어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24일째 네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사망자 또한 이날 375명으로,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사망자는 333명에 이른다. 최근 한 달간 8,060명이 숨졌다. 이는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1만6,230명의 절반(49.6%) 수준이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BA.2) 확산도 걱정이다. 이미 우세종이 된 스텔스 오미크론은 확산세의 변수로 꼽힌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스텔스 오미크론 때문에 새 유행이 생기진 않겠지만, 적어도 유행 감소 구간이 길어지고, 일시적인 확진자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스텔스 오미크론이 확산되면 확진자 수는 더디게 줄고, 고위험군 감염자가 많아질 것"이라며 "그만큼 사망자가 더 늘어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상회복지원위에 단계적 완화로 가되,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란 방침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일상회복지원위원은 "정부는 무제한으로 풀어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지금까지 해 온 조치가 무너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라며 "일부 완화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이다"고 전했다.
'거리두기 효과가 없다'며 해제를 요구해 온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단 (영업시간을 오후) 12시로 하고, 2주 후에 좀 더 완화한 정책을 발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1일 조정안을 발표하며 마지막 거리두기에 대한 동참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이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내용의 무게감을 고려해 중대본 1차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