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단체가 코로나19 확진자를 대면진료하는 병·의원들에 책정하는 ‘감염예방관리료’를 8,000원가량 내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31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시·도의사회장단과 복지부가 회의를 열고 대면진료의 감염예방관리료를 현행 약 3만2,000원에서 2만4,000원 수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존에 다니던 환자에 대한 재진 진찰료(의원급 1만2,000원)의 2배를 감염예방관리료로 책정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방안대로 시행된다면 대면진료 병의원에는 코로나19 환자 1명당 진찰료(초진 1만6,000원, 재진 1만2,000원)와 감염예방관리료 2만4,000원이 함께 수가(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고 받는 돈)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면진료 수가를 다음달 3일까지는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전날부터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대면진료 외래진료센터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나가는 감염예방관리료는 되도록 많은 병의원이 코로나19 환자의 대면진료에 참여하도록 하는 유도책이 된다. 하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정부는 하향 조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 예방과 위험 부담에 충분하진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 수가가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귀띔했다.
다만 환자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는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확진자 대면진료를 해온 외래진료센터는 진찰료(초진 1만6,000원)와 감염예방관리료(3만2,000원) 중 진찰료의 30%가 환자 본인부담금이었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지불됐다. 코로나19가 1급 법정 감염병이라 본인부담금도 질병관리청 예산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환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됐다. 의료계는 대면진료 병의원에선 △환자의 기저질환 유무 △신속항원검사 여부 △법정 감염병 등급 등에 따라 환자 본인부담금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네 병의원 대면진료 수가에도 감염예방관리료가 포함됨에 따라 지금껏 병의원이 신속항원검사를 할 때 받던 감염예방관리료는 다음 달 4일부터 없어질 것으로 의료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병의원은 지난 2월 3일부터 검사료(1만7,000원)와 진찰료(1만6,000원)에 감염예방관리료(검사 10회까지 회당 3만2,000원, 11회부터 2만2,000원)를 더한 수가를 한시적으로 받아왔다. 검사에 붙던 감염예방 수가가 대면진료로 넘어가는 셈이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호흡기 진료뿐 아니라 기저질환이나 급성, 응급질환 등 모든 의료 상황에 대해 동네 병의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정부가 요청했다”며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오후 5시까지 병의원 90곳이 대면진료 참여를 신청해 현재 확진자 대면진료가 가능한 외래진료센터는 총 380곳이 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동네 병의원이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에 제공하고 있는 비대면진료(전화상담·처방) 수가도 다음 달 중순 이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1회당 2만4,000원(성인은 하루 1회, 소아는 2회 인정)이 책정돼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0%는 환자 본인 부담이지만, 질병청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어 환자는 돈을 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