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임대차 3법'에 대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업무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위가 문재인 정부 핵심 부동산 정책인 임대차 3법 폐지 내지 축소 구상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소관부처인 법무부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박범계 장관이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를 두고 인수위와 대립하는 상황에서 박 장관과 거리두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주택임대시장 정상화를 통한 임차인 주거안정 강화안을 설명하며 '임대차법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법무부는 업무보고에서 "임대차시장 왜곡을 바로잡고 임차인 권익 보호 차원에서 임대차 3법의 적절한 개정과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임대차 3법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공동소관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 4년 거주를 보장하는 임대차 1회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임대료 인상폭 5% 이내 제한(전월세 상한제) 규정에 한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2020년 7월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인이 원하는 전세 보증금을 못 받게 되자, 신규 계약시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 전환으로 되레 임차인 부담이 커지며 역효과가 발생했다. 결국 임대차법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법무부 보고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법무부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집주인이 대항할 수 있는 '실거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보고했다. 임대인이 '거짓 실거주' 주장으로 세입자의 정당한 갱신 요구를 거절하거나 뒷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법무부 업무보고 당일 임대차법의 장기적 폐지 내지 축소를 포함한 법 개정 구상을 밝혔다. 이에 법무부는 올해 8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2년 즈음에 '전세 쇼크' 재발이 우려되는 만큼,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등 정책 방향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며 '우선 추진'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폐지시 임차인의 주거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는 2년 임대차 계약기간 종료 뒤 전세보증금의 5% 이내에서 재계약하려는 세입자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유지할 경우엔 집 주인의 실거주 요건을 명확히 손질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마지막으로 임차인 주거 안정과 임대인의 재산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고려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인수위는 임대차법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낸 뒤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72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인수위의 '폐지 예고'에 신규 계약시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도록 보완하고 도리어 임대차법을 강화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