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에 대해 연일 날 선 비판을 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전장연의 사과 요구에 "이준석이 사과하지 않으면 2호선에서 시위하겠다고 한다. 이건 무슨 논리적 개연성인가"라며 사과의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전장연은 전날 "이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트집 잡아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며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별도로 국민의힘과 이 대표를 향한 투쟁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장연은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면담을 하고 지하철 행동을 멈춰달라는 인수위 측 요구를 수용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키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장연의 시위를 두고 "서울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 시위"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10년간 시위 양상을 보이지 않다가 오세훈 시장 들어서 시위가 많이 격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불법 시위에 대해 "지하철에 들어가서 시위하는 것 자체가 다 불법"이라며 "시위 방식이 출근길 시위라고 탑승하는 시위면 문제없지만, 지하철 출입문 열렸을 때 휠체어를 끼워 넣고 출입문이 닫히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30분씩 서 있다. 길게는 2시간 가까이 (지하철 운행이) 늦어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단순 불편이 아니라 수십만 명이 타고 있는 지하철을 한 번에 세워버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동권 시위든 여러 장애인이 아닌 다른 분들 시위든지 간에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하면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더라' 식으로 사회 시스템이 정립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러면 지하철 멈춰 세우는 양식의 시위, 공공시설물 점거하는 시위들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전장연의 시위가 "서울 시민을 볼모로 한 시위"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시위의 대상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동권 문제에 있어 이분들이 진짜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정치권 상대로 하면 아무리 표현이 과격하고 아무리 불편을 야기한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용납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최대 다수에 불편을 야기해서 볼모 삼아서 정치권이 말을 듣게 한다는 방식은 문명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장연 시위가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10년 동안 과격하지 않다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임한 후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분들이 박 시장 시절에는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끼워넣고 운행을 중지시키는 양상의 시위를 지속하지 않았다"며 "박 시장 10년 동안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올라갔지만 이들이 서울 시민을 제 표현대로 볼모 잡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 이야기가 나온 게 2001년이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2004년까지 100% 엘리베이터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안 지켰다. 이 시장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건 그렇게 볼 게 아니라 오 시장과 전임시장이었던 박 시장을 비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 시장이 취임한 지 채 1년이 안 됐다. 박 시장은 전임으로 10년을 지냈다. 그렇기 때문에 10년간 시위 양상이 보이지 않다가 지난 1년 동안 서울 시민이라면 많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이 서울시민을 볼모가 아니라 우군 삼아 접근했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지하철을 타는 서울 시민이라면 지하철 엘리베이터 공사현장이 간간이 눈에 띈다"며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인데 예산이나 설계 문제 등으로 인해서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걸 바탕으로 서울 시민의 지하철을 멈춰 세우면 시민들이 우리랑 연대할 것이다, 우군으로 끌어들일 것이다는 판단은 오히려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만약 성공적이라면 지금도 2·3·4호선에 휠체어를 계속 끼어넣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장연의 사과 요구에는 "2호선에서 시위하겠다는 근거가 이준석이 사과하지 않으면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건 무슨 논리적 개연성인가. 이준석한테 불만이 있으니까 2호선 타는 시민들의 발을 멈춰 세우겠다(는 건가)? 이건 문명적인 방법이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같은 라디오방송에서 이 대표의 주장들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고 악의적 편집에 의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굉장히 정치적으로 정파적으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요구를 2001년부터 21년째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가 어떤 시위의 하나의 방식을 가지고 왜곡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집권 여당이 될 공당의 대표로서 이야기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불법 시위라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이것이 불법과 합법의 논쟁인가"라며 "박원순 시장이 한 걸 갖다 왜 오세훈 시장한테 하냐고 의아하다면서 정파적으로 갈라버렸다"고 했다.
이어 "2001년, 2002년 오이역 발산역에서 장애인 떨어져 사망했을 때 2004년 당시 이명박 시장이 (100%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지만 안 지켰다. 박 시장도 안 지켰다. 그 전에 오 시장이 있었다"며 "이것은 한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가 책임지지 않았던 거다. 여기에 대해서 사과부터 하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이걸 어떤 시장 문제로 이야기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 당선인되니까 그때부터 (시위가) 격화됐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준석 당대표님은 이준석 당대표님이지 일개 이준석군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씁쓸해했다.
박 대표는 '이 대표가 전장연이 휠체어 시위를 하다 비판받으니 말았다는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자기가 이야기하고 나니까 이렇게 했다고 하는데, 정말 자기만족적 평가와 승리까지 선언하셨더라"며 "제 몸 상태상 떨어지면 꼼짝도 못하는데 지나가는 시민과 제 앞에 경찰들이 비웃으면서 쇼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희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표가 전장연이 요구했던 사과를 할 생각 없다고 분명히 밝혔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과를 반드시 하셔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