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주형 회사 전환 검토...박종욱 KT 각자대표 '일신상 이유' 자진사퇴

입력
2022.03.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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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사업구조 조정 등 지주형 전환 고민"
박 대표 사퇴는 국민연금 반대 의견 작용 분석

KT가 지주형 회사 전환 검토에 들어갔다. 자회사 조정이나 본사 사업 분리 등을 통해 KT의 주가 상승도 꾀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이런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은 31일 서울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확인됐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날 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질문에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KT가 공개적으로 지주형 회사 전환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 대표는 이어 "콘텐츠는 스튜디오지니를 묶어 냈고 금융도 비씨카드를 중심으로 그 아래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로 만들었다"며 "사업구조 조정 등 지주형 전환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이달 초 KT가 2023년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도 내놓은 바 있다. 본사를 여러 부문으로 나누고 자회사 간의 합병, 본사 사업부서 정리 등 사업구조 재편과 더불어 신사업 성과에 힘입어 지주사 전환에 적절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박종욱 KT 안전보건총괄(CSO) 대표는 주주총회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전날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박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박 대표 이사 재선임 반대 이유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 기소된 뒤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KT는 올해 초 중대재해법이 시행되자 지난 1월 27일 박 대표를 CSO에 임명하고 구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박 대표는 사내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했지만, CSO 임명 두 달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KT는 박 대표 사임에 따라 다른 사내이사 후보를 정한 뒤 임시주총을 열고 새로운 CSO도 인선할 예정이다. KT관계자는 "박 대표의 개인적 판단으로 이사회는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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