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30조로 축소?… '윤석열표 공약' 수정론 솔솔

입력
2022.03.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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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0일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 등을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의 국정과제화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벌써부터 "주요 공약의 수정이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5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병사 월급 200만 원,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 재원 조달이 어렵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의 경우엔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실보상 추경’ 50조→30조로 축소?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약속한 50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당초 한국판 뉴딜, 공공 일자리 등 문재인 정부의 재정 사업을 대거 삭감하고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해 취임 전 추경을 편성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기재부가 ①수십조 원 단위 지출 구조조정이 불가능하고 ②추경이 물가 불안을 자극하고 재정적자를 확대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추경 규모를 30조 원대로 축소하되, 다음 달 추경안을 처리하는 절충안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대선후보 시절 연 30조 원 규모 손실보상안을 공약한 바 있다. 이에 30조 원대 2차 추경을 편성해도 지난달 1차 추경(16조9,000억 원)을 합쳐 시중에 50조 원 정도가 풀리는 만큼 '공약 불이행'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대규모 추경발(發)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피해 규모가 크고 긴급 지원이 필요한 업종부터 순차 보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형태 김앤장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6일 인수위 워크숍에서 "성장을 못 하면 국민이 용서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용서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주춤… 집값 자극할라

부동산 규제완화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이 대표적 사례다. 재건축이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부터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약 발표 당시 재건축 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 절차를 폐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재건축 문턱을 낮춰 공급 확대→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경우 재건축이 우후죽순으로 추진될 수 있고 재건축발 집값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인수위 내부에서 제기됐다. 인수위 관계자는 "잠잠해진 주택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것은 새 정부에 부담"이라며 "안전진단 항목 중 주거환경 비중을 높이는 등 미세 조정 방식으로도 재건축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병사 월급 200만 원’, ‘주식 양도세 폐지’도 수정론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20대 남성 표심을 겨냥해 제시한 공약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례로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은 막대한 소요 예산이 걸림돌이다. 윤 당선인 측은 연간 7조 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부사관과 장교 임금의 연쇄 인상을 감안하면 이보다 1.5~2배 이상 소요된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 위원장의 공약이었던 '군 전역자 1,000만 원 사회진출지원금 지급' 공약이 실현 가능성 면에서 보다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도 재벌과 고액 자산가 등을 위한 '부자 감세' 비판이 만만치 않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정과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다. 기재부의 24일 업무보고에서도 해당 공약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한시적으로 늘어난 재정지출을 새 정부 출범 이후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며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거나 시급하지 않은 공약들은 속도를 늦추거나 중장기 과제로 돌리는 식으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수위를 거치지 않은 현 정부에서) 공약을 거의 다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많이 나왔다"며 '윤석열표' 공약에 대한 대대적 수술을 예고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