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96세 위암 환자 '잔위암' 제거 수술 성공

입력
2022.03.29 22:55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노성훈 교수팀이 최근 96세(1925년 출생)인 초고령 잔위암 환자의 고난도 수술에 성공했다. 잔위암은 위절제술 후 남은 위 부위에 발생하는 암으로, 수술 후 2~6% 환자에서 잔위암이 발생한다.

환자 박상길(96)씨는 2004년 부산의 한 병원에서 위암으로 복강경 위아전절제술(암이 위의 중간 이하 아랫부분에 있는 경우 아래쪽 60%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오다 최근 빈혈 증상, 식후 복부 불편감, 위식도 역류 증상이 지속돼 위내시경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수술 후 남겨진 위에 6㎝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으며 조직 검사 후 위암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과거 위암 수술 외에도 수두증으로 뇌실-복강 간 션트 삽입술 및 담낭절제술을 받았으며, 관상동맥폐쇄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다. 또한 뇌출혈로 세 차례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복부 비만(체질량지수 29)이 동반된 고위험군 환자였다.

노성훈 교수팀은 박상길씨의 종양이 크고 위벽 전층을 침범한 소견을 고려해 복강경으로 복강 내 전이가 없음을 확인한 후 개복했다.

박씨는 이전 수술들로 인해 배 속 장기들이 심하게 유착돼 있어 고난도 술기(術技)가 요구됐다. 노성훈 교수팀은 전문화된 술기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3시간 47분 만에 성공리에 수술을 마쳤다. 박씨는 안정을 위해 기도 삽관을 유지한 채 중환자실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받다가 수술 사흘 후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으며 14일째 연식(죽)을 먹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박씨처럼 최근 위암 수술을 받는 고령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시행하는 연간 위암 환자 수술은 450건 정도로, 이 중 70세 이상 고령 환자의 비율이 19~23%다.

고령화로 인한 위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전문화된 치료와 유기적인 다학제 협진으로 위암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노성훈 교수는 “이번에 수술한 환자는 국내외를 통틀어 잔위암 수술 최고령 환자로 고난도 수술이 요구됐다”며 “앞으로도 양질의 치료를 통해 위암 환자들이 완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년 내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측됨에 따라 고령 환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며 “환자 나이가 수술적 치료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지 않게 수술 준비를 철저하게 해 수술 후 일상생활로 쉽게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성훈 교수는 위암 수술 누적 1만1,000례를 집도한 세계 최고의 위암 권위자다. 이번에 수술한 환자는 노성훈 교수가 집도한 위암 수술 중 네 번째 90대 환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