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9일 대통령직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개혁 공약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폐지 등 당선인의 검찰개혁 공약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면서 업무보고가 한 차례 연기됐던 갈등도 이로써 봉합됐다. 대검찰청에 이어 법무부도 당선인의 검찰개혁 방향에 공감함으로써 검찰권 확대를 위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업무보고에서 수사지휘권 폐지 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개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 공감했다.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박 장관의 의중은 업무보고에 반영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수사지휘권 폐지나 검찰의 독자 예산권 편성 등과 관련해 향후 법령 재개정 작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로써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나 대폭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ㆍ박범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잇따라 발동하면서 남용의 폐해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오·남용의 폐해가 검찰 독주를 견제하는 실효적 장치로 기능했던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수사지휘권 남용의 문제가 심각했다면 남용 방지 장치를 만들면 될 일이다.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장관이나 수사지휘 상황을 초래한 검찰총장이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현실적 방법으로 풀어갈 수도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ㆍ감독이 사라지고 검찰이 독자적인 예산편성권마저 확보하게 되면 검찰의 독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인수위는 법무부 장관 훈령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청법에 수사지휘권에 대한 위임 규정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령이나 훈령으로 행사 요건을 제한한다면 위법이 될 수 있다. 검찰 독주를 견제하는 상징적 장치를 폐지하는 문제는 공청회 등으로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