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북한이 쏜 ICBM은 기존 화성-15형"… 영상 조작했다

입력
2022.03.29 17:32
6면
軍 "평양 주민들, 화성-17형 폭발 목격"
민심 이반 막으려 화성-15형으로 수습

정부가 북한이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체를 신형 ‘화성-17형’이 아닌 기존 ‘화성-15형’으로 공식 결론 내렸다. 앞서 16일 쏜 화성-17형 성능 시험에 실패하자 당시 영상 일부를 짜깁기해 조작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평양 주민들이 발사 실패 장면을 목격했다”며 북한 당국이 민심 이반을 수습하려 서둘러 조작을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24일 발사체는 화성-15형보다 정점 고도와 비행 시간이 증가해 화성-17형처럼 보이지만 정밀 분석 결과, 화성-15형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화성-15형은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ICBM이다.

그림자, 날씨, 엔진 개수... 조작 정황 뚜렷

군 당국은 △그림자 △기상 상태 △엔진 개수 등 크게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북한이 공개한 영상 속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그림자는 서쪽으로 생겨 오전 8~10시대로 추정되지만 실제 발사는 오후 2시 33분 이뤄져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날씨도 마찬가지다. 당시 발사 장소인 평양 순안 일대는 대부분이 구름으로 덮여 있었지만 북한이 공개한 영상 속 날씨는 청명하다.

엔진 역시 화성-17형은 백두산 계열 엔진 4개 묶음(클러스터링)인 데 반해, 24일 쏜 발사체의 엔진은 한두 개 정도로 확인됐다. 미국도 화성-15형 개량형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언비언 차단' 목적 화성-15형 재발사

군 당국은 북한이 ICBM의 정체를 속인 이유를 주민 단속 필요에 있다고 봤다. 16일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만큼,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최단시간 내 성공 메시지를 내야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당시 정찰위성을 가장한 화성-17형을 쏘아 올렸지만, 고도 20㎞에 미치지 못하고 평양 상공에서 폭발했다.

국방부는 또 “북한이 발사 실패 후 8일 만에 재발사했는데 이는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한미를 향한 위협 목적보다 대내적 고려 요인이 더 컸다는 얘기다.

북한은 24일 순안 일대에서 ICBM 한 발을 고각발사했다. 최대고도는 6,200㎞, 비행거리는 1,080㎞ 이상이었고, 군 당국은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1만3,000㎞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 본토에 충분히 닿는 수준이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