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후속 도발을 직접 입에 올렸다. “앞으로도 공격무기를 개발하겠다”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2018년 이전’ 한반도 위기 재현까지 언급하며 엄포 수위를 극대화했지만, 그만큼 협상을 절실히 원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이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신형 ICBM 발사 기여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자리에서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며 “계속해 국방건설 목표를 점령해나갈 것이며, 강력한 공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해 우리 군대에 장비(배치)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도적 군사력을 갖춰야 제국주의자들(미국)의 위협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국방력 강화에 열중하는 북한의 궁극적 목적이 대미견제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후속 도발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4월 15일ㆍ태양절) 110주년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4월 25일) 90주년 등 굵직한 기념일이 있는 내달 고강도 도발 카드를 재차 꺼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내부로 가는 새 통로를 굴착하는 정황이 포착된 상황에서 ‘핵무기 소형화ㆍ고도화’를 위한 실험이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이 2017년 일찌감치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긴 했어도, 화성-17형 같은 다탄두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폭발력 10~20㏏ 정도의 소형 전술핵은 아직 개발 단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나와 “일부에서 4월 북한의 핵실험을 예측하고 있으며, 특히 소형화 다탄두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전매체를 동원한 위협 수사 역시 한층 거칠어졌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실시를 두고 “2018년 이전의 험악한 정세를 몰아오려는 무모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강 대 강’ 충돌 양상을 보였던 2017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협박이다.
하지만 한계를 모르는 북한의 말 폭탄은 달리 보면 “미국이 빨리 협상에 나서라”는 강한 회유이기도 하다. 도발 실행과 경고 메시지 사이에 공백기를 둬 미국의 행동 변화 가능성을 엿보려는 셈법이다. 북한이 4년 4개월 만에 ICBM 발사를 재개하면서 핵실험ㆍICBM 모라토리엄(발사 유예)을 깬 것 역시 그간 뚜렷한 상응 조치를 내놓지 않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한 실망감 표출의 성격이 짙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적으로 도발 예고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협상이 급하다는 의미”라며 “미국이 태도를 바꿨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무력시위 수위를 계속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