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기업들의 변신은 시대정신이다

입력
2022.03.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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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의 선구자 야후, 초창기 휴대전화 시장을 휩쓸었던 블랙베리... 한 시대를 대표했던 정보통신업계의 정상 기업들이지만 이제 그 영광은 사라지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브랜드가 되었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주도권을 쥐고 있었음에도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현재에 안주한 채 변화의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 브랜드 사례들은 변화는 곧 경쟁력이고 이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모바일 사회로의 전환을 주도한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전 세계 앱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정책을 규정하고, 글로벌 앱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30%를 앱마켓 이용 명목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아마존과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스페인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국가와 비견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렇듯 변화를 주도한 글로벌 빅테크가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고, 그것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보기 드물게 경쟁력 있는 테크기업이 존재하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며, 이들 토종 테크기업 역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클라우드 등 꾸준히 변화를 모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 창업자는 국내 경영에서 물러나고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 중심을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네이버 창업자가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글로벌 사업에 집중, 다양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와 유사하다. 또한 네이버는 최근 글로벌 사업에 특화된 40대 초반의 젊은 CEO를 새로이 선임했다. 이미 라인으로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웹툰, 제페토, 스노우 등도 글로벌 경쟁력을 넓혀가고 있는 네이버가 이번 인사를 통해 펼칠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기대된다.

국내 테크기업들의 변화와 글로벌 도전은 이들을 잊혀진 기업이 아닌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이들 플랫폼의 해외 진출은 생태계 참여자인 국내 크리에이터, 셀러,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어, 다양한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 역시 글로벌 역량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발굴, 육성하여 이들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혁신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