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이후 172석 거대 야당의 원내사령탑' 자리를 예약한 박홍근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임기 첫날인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본격적으로 각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강한 야당'이 될 것임을 거듭 선언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협치는 윤 당선인 하기에 달렸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축하 난을 들고 국회를 찾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만났다. 첫 만남부터 '은근한' 불꽃이 튀었다.
비공개 회동에서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인사권 갈등을 겨냥해 "(윤 당선인이) 법조인으로서 법을 제대로 지키고 규정을 지키면 될 일"이라며 "정무적 고려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사권은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 원내대표는 또 "격의 없이 두 분이 직접 만나면 많은 부분이 풀릴 텐데, 국민들을 오히려 걱정시키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윤 당선인 측의 '인사권 사전 합의' 요구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장 비서실장은 "민주당을 늘 존중하고 의논 드리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윤 당선인도 국회 민주당과 늘 소통하고 경청하는 마음으로 국정에 임할 것"이라면서 윤 당선인이 박 원내대표에게 식사 초청한 것을 공개했다. 다만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 속으로 뛰어들자는 저희 취지에 민주당도 동감할 것"이라며 집무실 이전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격으로 이날 처음 참석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여야가 얼마만큼 협력하는가는 전적으로 윤 당선인의 의지와 국민의힘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또 "무능과 독선, 불통, 부정부패 등 국민의힘 정권의 잘못은 따끔하게 지적하되, 잘한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해주고 필요한 일은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4일 윤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과 안보만큼은 여야가 없다는 마음으로 힘을 모을 테니 국회와 적극 소통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박 원내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옳은 방향으로 뚜벅뚜벅 나아가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 원내대표는 "개혁과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하며, 당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2차 가해자라는 논란이 거듭 부각되자 진화에 나섰다. 박원순계인 박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의 장례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고, 당시 서울시와 장례위는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불렀다. 박 원내대표는 "충분히 고려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한 발언에 대해선 잘못된 용어 선택이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누구도 무엇이 사실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제가 '2차 가해를 하지 말라'고 호소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로 진성준 의원을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박찬대 의원을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 각각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