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은 25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철학인 법무부, 대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고 예의도 아니다"며 "냉각기를 갖고 다시 마주하자는 차원에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다음 주 중 다시 일정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박 장관이 23일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에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 등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서다. 인수위 측은 "무례하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박 장관을 맹비난했고, 24일 오전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유예했다.
이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당선인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 같은 '정치장관'을 앉혀놓고 검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거 안 하겠다는 거다.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칭찬해줘야 되는 건데 왜 반대를 하나. '내로남불'이다"라고 박 장관을 비판했다. 이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수사지휘권 폐지를 주장해왔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앞서 박 장관은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그리고 일종의 책임행정의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윤 당선인의 공약인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대검찰청은 윤 당선인의 공약에 찬성하는 입장을 인수위에 전했다.
이 의원은 이에 "40여 일 후면 떠나는 박 장관 입장, 그리고 또 부처에 남아서 앞으로 5년을 함께 해야 할 법무부 직원들, 법무부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며 "대검은 윤 당선인의 국정 공약과 철학에 대해서 공감하고 또 앞으로 함께 노력하자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행위에 대해 무례하다고 규정한 이유가 그런 의견을 갖고 있는 것 자체인가, 아니면 그 의견을 갖더라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게 더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둘 다 문제"라고 짚었다.
이 의원은 "무례한 거다"라며 "그건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지금 보고를 하러 인수위에 갈 우리 직원들 앞두고 '이거 반대해라' 가이드라인 주고 기자간담회에서 그러는 게 예의 있는 행동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수위 업무와 관련한 법을 보면 제12조에 관계 기관의 장의 협조 의무가 규정돼 있는데 자료정보, 의견제출, 예산확보 등 필요한 협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찬성 입장을 밝히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는 지적에 "협조라는 뜻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끌어갈 정부에 대해서 협조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떠날 장관이 자기 입장을 고수하고 마치 반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협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들이 선출직으로 대통령을 뽑아놓은 건데 그분의 공약과 국정 철학을 국민의 다수가 찬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협조를 해야 한다. 왜 반대하나"라고 질타했다.
다만 이 의원은 향후 법무부 업무보고를 따로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주 화요일(29일)까지는 업무보고 일정들이 쭉 있다"면서 "마지막 정도에는 법무부 얘기를 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법 공약 추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에 독자적인 예산편성권 부여 등 검찰의 직접수사 확대 문제에 있어서 법률 개정이나 시행령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도적 개혁, 또 법률적 개혁이 뒤따라야 하는 게 많다. 당장 시행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장관의 훈령이나 그 이외 법 이하,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것들은 우선적으로 시행하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의원은 청와대의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과 관련해 "감사원의 기능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과거를 감사하는 것"이라며 "떠나는 정권이 (감사)위원을 다 심어놓고 가면, 그분들이 지난 정권에 대해서 혹시라도 감사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겠나. 이건 잘못된 거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감사위원 구조가 모두 7명의 위원 중 5명이 있고 두 자리가 공석이다. 5명 중 친여 인사가 세 분"이라며 "(공석인) 둘 중 한사람만 (현 정부가 임명)해놓으면 떠나는 정권에서 (위원 과반수를) 다 (인사)해놓고 가는 거다. 시쳇말로 알박기를 해놓고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