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교체기 공직 인사는 언제나 삐걱거렸다. 특히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임기가 끝나는 공직을 두고 신구 권력은 종종 충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인수위의 거듭된 고위직 인사 자제 요청에 “한 번 더 협조하라는 말이 나오면 제 마음대로 하겠다”고 공개석상에서 엄포를 놓기도 했다. 말로는 큰소리를 치고서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낙점한 경찰청장을 임명하는 등 차기 정부에 인사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 다시 정권 교체기를 맞아 한은 총재와 감사위원, 선관위 상임위원 등 주요 공직 인사권을 둘러싼 샅바 싸움이 벌어졌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임기가 끝나거나 공석인 주요 공직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협의를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주어진 인사권은 법대로 행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직전까지 현직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 대부분을 보낼 공직이라면 신구 권력이 협의하는 게 순리다.
□ 인사 충돌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은 감사위원 인선으로 알려져 있다. 당선인 측은 7명의 감사위원 가운데 공석인 2명 모두를 의중대로 선임하겠다고 요구하는 반면, 청와대는 한 명씩 공평하게 인사권을 행사하자는 입장으로 갈려 있다. 감사원은 7명 감사위원 가운데 4명의 찬성으로 정책 감사를 의결하는데, 현재는 감사원장과 2명의 감사위원이 친문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청와대가 탈원전 등에 대한 정책 감사를 방어하기 위해 의결 정족수 확보를 노린다면 ‘방탄용 알박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당선인 측에서도 무리한 요구가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임기 반환점도 채 돌지 않은 검찰총장을 상대로 공공연히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어떤 정부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을 함부로 쫓아내지 않았다. 임기 중 대선을 치른 김두희ㆍ김태정ㆍ김각영ㆍ임채진ㆍ김수남 전 검찰총장 누구도 압력으로 사퇴한 적이 없다. 노태우 정부가 임명한 김두희 총장의 경우 YS정부에서 도리어 법무장관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임기가 보장된 사정기관 수장을 흔드는 행위는 정의롭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