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닌 가장 큰 과제는 "청와대 이전 문제와 청와대 조직 개편 문제인데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총리나 장관이 인준될 때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어, 기존 정권의 장관들과 동거하는 어정쩡한 상황일 때 청와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음 정부를 준비하는 기구인 인수위는 크게 ①다음 정권의 총리와 내각에 들어가실 분들을 추천하는 인사, ②공약을 정책화할 때 우선 순위를 정하는 정책, ③정부 조직 개편의 밑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조직, 세 가지 측면을 준비한다"며 "인사와 조직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지금 인수위 활동은 정책에 집중해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직 개편은) 여가부와 통일부 외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청와대가 사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 문제뿐만 아니라 수석 보좌관들을 전면적으로 없애고 민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해 청와대 조직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청와대 조직과 기능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채 시작하면 상당한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당선인이 청와대) 조직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분명치 않고, 인수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안 돼 누가 무엇을 할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제일 중요한 공약이고 시급한 과제라면 인수위에서 충분히 토론이 이루어졌어야 된다"며 "인수위 (토론) 과정도 거의 형식적이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국민 여론 수렴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당선인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의식이 공간을 압도하는 대통령을 원한다"며 "당선인의 의지가 이렇게 강하다면 청와대에서 1년 있으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인 청와대나 국방부가 한 치의 의심이나 오류 없게 잘 준비해서 나가시는 게 왜 불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해서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관료 출신이 많고, 그동안 굉장히 노골적으로 친재벌 성향을 보였던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인수위원 구성을 놓고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자) 얘기가 많은데, 본질적인 측면을 보면 관재남(관료, 친재벌, 남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 과장 시절부터 부위원장 시절까지 론스타 사건에 연루된 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추 의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데도 관련이 있었고,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ISDS 소송할 때 대응하는 데도 연루돼 론스타 논란에서 굉장히 자유롭지 못하다"며 "특히 론스타가 금융 자본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아 생긴 많은 문제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인 최종학 서울대 교수도 '대표적인 친재벌 학자'로 규정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때 김앤장 의뢰로 '분식회계가 아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가 이후에 '내용을 잘 모르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쌍용자동차 회계 논란 때도 '분식회계가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며 "기업 편에서 굉장히 친재벌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인사"라고 평했다.
경제1분과 간사인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 때 안종범 수석 밑에서 미르재단 설립의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경제2분과를 두고서도 "인수위원 4명 중 3명이 특정 재벌 SK와 관련 있다"며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탄소중립이나 환경 문제를 경제2분과에서 다뤄 줘야 하는데 전문위원들까지 보더라도 에너지 전문가, 원자력 전문가만 있고 탄소중립이나 환경문제 전문가가 전혀 없어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신호를 줘 굉장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기업과 재벌에 잘해주는 게 친시장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며 시장의 규율을 정하는 공정위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규율을 정하고, 한국은 경제력이 집중된 '재벌'이라는 실체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규율이 필요하다"며 "내버려 둔다고 시장이 작동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법과 제도에 의해 시장이 작동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자의 재산권과 기술 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을 바로 세우는 게 가장 친시장적인 정책"이라며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장경제의 모범인 미국도 20세기 초 우리처럼 재벌이 나타났을 때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심해서 해체했다"며 "그게 진정한 시장경제"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