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수감 4년 9개월에 병원 입원 기간 3개월까지. 약 5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에 도착하자, 새벽부터 몰린 5,000여명의 지지자들은 일제히 박 전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낸 사저 앞에는 현역 광역자치단체장과 전직 도지사, 대구·경북 유력 정치인들이 총출동하며 이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가지는 정치적 위상을 재확인해 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16분쯤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승용차가 사저 초입에 들어오자, 지지자들은 손뼉을 치며 "박근혜!"를 연호했고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라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수십 개의 환영 현수막과 화환 수백 개, 박 전 대통령의 활동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사저까지 이르는 도로를 장식했다. 사저 위에는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문구를 늘어뜨린 애드벌룬까지 떠 있었다. 환영 인파는 태극기와 초록색·하얀색 풍선을 흔들었는데, 이들은 “초록색이 부활, 하얀색은 결백을 각각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안전사고나 불의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전투경찰 20개 중대 1,500여명을 배치하고, 사저 주변에 접근 통제선과 펜스 등을 설치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은 박 전 대통령 귀향을 환영하기 위해 사저 앞으로 모두 출동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 교육감,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김문오 달성군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입주를 환영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장기간의 수감·입원 생활을 거친 박 전 대통령의 평온한 귀향 생활을 한목소리로 염원했다. 지지자 김명자(72·대구 달서구 대곡동)씨는 “부모도 없이 감옥생활에 병원까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신 대통령이 가엾다”며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앞으로 건강하고 평온한 삶을 되찾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유의 올림머리와 남색 코트 차림으로 지지자들 앞에 섰고,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대국민 담화 1분 만에 인근에서 소주병이 날아들고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싸며 한동안 입장문 발표가 중단되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소주병은 포토라인과 한참 떨어진 경찰 통제선 바깥에 날아들어 박 전 대통령에게 미치지 못했다.
소주병을 던진 사람은 자신을 유신정권 당시 발생한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한 40대 후반 남성으로,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해 특수상해 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하고,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주병 투척 소동 이후 재개된 담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미소를 잃지 않고 △구속 수감 기간 동안의 소회 △달성군과의 인연 △앞으로의 계획 등 여러 주제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도중 일부 지지자들이 “대통령님 고생하셨습니다”라며 소리 높여 흐느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 돌아 온 것은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1,820일 만이다. 그는 2017년 3월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 후 청와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갔다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 측은 퇴임 후 거주 용도로 서초구 내곡동에 집을 사들이기도 했으나, 수감생활 때문에 입주도 못한 채 압류돼 공매에 부쳐졌다. 올해 1월 달성군에서 25억 원에 사저를 매입하면서, 자신을 네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정치적 고향 달성군에 정착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 사저는 대지 1,676㎡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 주택으로 3개의 부속건물이 딸린 형태다. 인근에 대구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이 접해있다. 테크노폴리스는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 핵심사업으로 육성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