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실장님, 허태열 실장님을 비롯해 지난 (시절 박 전) 대통령을 모신 많은 분들이 나와 계십니다. 조윤선 수석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출이형 오셨네." (민경욱 전 의원)
"어 이(정현) 대표, 여기 3번 게이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공개 행보를 시작하며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였다. 박 전 대통령의 병원 퇴원 모습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은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 한편,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앞에는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마중을 나왔다.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최근 가석방된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 황교안 전 총리,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이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에는 윤상현 의원, 윤주경 의원 등이 참석했고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재원 최고위원도 일찌감치 도착해 김기춘 전 실장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인천시장 출사표를 낸 유정복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함께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 폐렴이 겹쳐 혼수상태를 보였던 민경욱 전 의원은 카메라를 들고 유튜브 상황 중계에 나섰다. 병원 앞에 모인 인사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던 그는 "옛날 분들 만나니까 너무 좋다. 세상의 고비를 지나서 자유민주주의를 우리가 지키는, 역량을 크게 하는 방향으로 차기 정부가 잘 나가길 바란다. 우리가 당선인에게 힘을 모아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친박이란 이유로 고난의 행군을 했는데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하게 나오셨으니 억울한 평가가 바로잡혀야 한다 생각하고 박정희 추모사업도 필요하다. 윤 당선인이 대구 가서 말씀 나눈다고 하는데, 그런 균형사업, 명예회복이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 (박 전 대통령이) 5년간 모진 고통을 참으셨을 거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한 시간여 기다림이 무색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퇴원 직후 '10초 메시지'를 남기고 국립현충원으로 출발했다. 그는 "많이 염려를 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면서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의 의료진,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대구 달성군 사저로 향할 예정이다. 사저에 도착해 추가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4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 31일 0시를 기해 법무부로부터 사면증을 교부받고 석방됐지만 그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병 치료를 받아왔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돼 사저로 가게 돼 다행이다. 건강이 어떠신지 살펴봐서 괜찮으시다고 하면 찾아뵐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도 다음 주부터 지방을 가볼까 하는데 한번 찾아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당연하다"라며 "전직 대통령들은 다 오시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