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일본 국회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대 러시아 제재 지속과 인도적 지원을 호소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1억 달러(약 1,2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난민을 돕기 위해 자위대 의료진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3일 저녁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지켜본 뒤 기자단에 “추가적인 인도적 지원도 생각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점을 감안해 1억 달러 추가 지원의 필요성을 고려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추가 지원방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폴란드 등 주변국에 피란한 우크라이나인을 지원하기 위해 자위대 의료진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NHK 방송이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 후 국외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의 수는 350만 명을 넘었다. 일본 정부는 인도적인 국제구호활동 요건을 정한 국제평화협력법(PKO협력법)을 근거로 자위대 의관이나 간호관을 파견할 방침이다. 다만 이 조항에는 국제기관의 요청이나 수용국 동의 등을 필요로 하는 규정이 있어 내용을 검토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선 호평이 이어졌다. 미국과 캐나다 연설에선 우크라이나 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했고, 이스라엘 연설 때는 아이언돔을 염두에 두고 무기 지원을 거론했다. 그러나 일본에선 부담스러운 내용이 없었다. 미국 연설에서 언급한 ‘진주만 공격’처럼 피하고 싶은 역사 문제가 등장하지도 않았다.
고베가쿠인대 오카베 요시히코 교수 등은 방송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원전에 대한 위협을 강조한 것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경험한 일본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며 “전략적인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말한 것은 “일본의 외교방침을 잘 연구해 짜낸 문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