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의 깜짝 스타 현상금 사냥꾼은 어떻게 됐을까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3.25 10:30
디즈니플러스 '북 오브 보바 펫' 시즌1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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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시리즈는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다스베이더와 요다 등 시간에 묻히지 않고 소환되는 캐릭터들이 여럿이다. 예상치 못한 깜짝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현상금 사냥꾼 캐릭터 보바 펫이 대표적이다. 악당 자바 더 헛의 부하로 다스베이더에게 고용되기도 한 인물이다. 얼굴을 다 가린 헬멧 등 독특한 외형이 눈길을 끌었다. 캐릭터의 비중이나 출연 분량에 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바 펫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제작 논의가 꾸준히 나올 정도였다. 디즈니플러스의 시리즈 ‘북 오브 보바 펫’은 오랜 염원의 결과물이다.

①괴수에게 먹혔던 그가 돌아왔다

보바 펫(테에무라 모리슨)은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1983)에서 최후를 맞은 것처럼 묘사됐다. 한 솔로(해리슨 포드),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 등과 싸우다 괴수에게 잡아먹혔다. 우스꽝스러운 퇴장이었다. 하지만 ‘북 오브 보바 펫’ 서두에서 보바 펫은 타투인 행성 범죄제국의 수장에 막 등극한 것으로 표현된다. 자바 더 헛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는 괴수에 먹히고도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 이후 보바 펫의 인생역로를 돌아본다.

②무협영화와 서부극의 결합

보바 펫은 생존 능력이 탁월한 현상금 사냥꾼답게 괴수의 위장으로부터 탈출한다. 하지만 고난은 그치지 않는다. 사막부족 터스켄에게 붙잡힌다. 노예 신세로 고초를 겪으나 곧 부족의 친구가 된다. 터스켄 무예를 배워 새로운 전사로 거듭난다. 보바 펫은 자바 더 헛의 성으로 향한다. 우연히 구조하게 된 용병 페넥(밍나 웬)이 오른팔이 돼 그를 돕는다. 그는 성을 차지하고 ‘다이묘’ 자리에 오르나 시장 등은 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스파이스’라는 환각물질을 채취해 유통시키는 조직 파이크는 보바 펫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자신들 사업에 보바 펫이 장애물로 작용한 거라는 판단에서다.

드라마는 무협영화와 서부극을 결합시킨 듯하다. 보바 펫이 사막에서 고난을 겪으면서도 무예를 익혀 새로운 인물이 되는 과정은 무협영화의 전형적인 서사를 닮았다. 보바 펫이 타투인 행성의 여러 악당들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는 모습은 서부극의 서술을 따라간다.

③스타워즈의 세계는 끝이 없다

‘북 오브 보바 펫’은 ‘스타워즈’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새삼 확인케 한다. ‘스타워즈’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개성 있는 인물들이나 영화 상영시간이라는 한계로 자세한 묘사는 생략됐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면 캐릭터마다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만하다. ‘스타워즈’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마블 캐릭터로 구축한 독자적인 세계) 못지않게 마르고 닳지 않은 콘텐츠의 화수분이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스타워즈’ 시리즈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좀 높다. 기존 영화와 드라마를 미리 봐야 즐길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인기 드라마 ‘만달로리안’과 이야기가 연계된 점도 부담스럽다. ‘만달로리안’과 마찬가지로 존 패브로(영화 ‘아이언맨’ 1, 2편 연출) 감독이 각본을 썼다. 일본 막번 체제에서 영주였던 다이묘라는 표현은 ‘스타워즈’의 원류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 감독의 영화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을 모티브 삼아 ‘스타워즈’를 만들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