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안랩의 주가가 최근 5거래일 사이 2배나 뛰며 10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에 오를 경우, 보유주식을 처분하며 새 주인을 맞는 과정에 주가가 뛸 거란 기대감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23일 안랩은 가격제한폭(29.93%)까지 치솟은 17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5거래일 사이에만 2배가 오른 안랩 주가는 2012년 1월 3일 역대 최고가 기록(16만7,200원)도 10년 만에 갈아치웠다. 시가총액 역시 하루 만에 4,000억 원이 늘어 1조7,000억 원을 돌파했다.
대선 기간 정치 테마주로 롤러코스터를 탔던 안랩 주가는 대선 직후부터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안 위원장이 차기 국무총리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면서다. 이에 지난달 말 6만5,000원에 머물던 주가는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170%(11만800원)나 급상승했다.
최근 안랩 주가 상승세를 외국인 매수세가 이끄는 점도 특징이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안랩을 1,270억 원 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지난해 총 순매수(80억 원)보다 15배 이상 많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한 외국인 투자자의 단일 계좌에서만 안랩을 116만9,606주 순매수했다. 이는 안랩 전체 상장주식의 11.68% 규모로, 당일 종가(10만1,700원) 기준 1,189억 원 어치였다.
이런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은 '백지신탁' 제도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위원장이 고위공직자(국무총리)가 되면 안랩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백지신탁된 주식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분되기 때문에 결국 안랩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새 대주주를 찾는 과정에서 주가가 더 오를 거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안랩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 폭등으로 회사 지분 18.6%를 보유한 안철수 위원장의 주식 가치도 이달 들어 2,600억 원이나 올라 이날 기준 3,2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안랩 주가 급등이 전형적인 테마주 현상이라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안랩 기업 자체 가치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의 급등세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