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소총부터 ‘미래 무기’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러시아 제국과 구(舊)소련은 물론 서방과 터키산 무기도 등장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한 달간 전장에선 가공할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측 모두 구소련에서 비롯된 만큼 주력 무기는 소련제다. 무기들의 '동족상잔' 아이러니다.
주력 기갑 전력은 T-64와 T-72, T-80 같은 전차와 BMP 보병전투차, BTR 장갑차다. 보병용 총기 역시 동구권 및 중국 등 구공산권에서 사용되는 AK계열이 다수다. 전투기도 미그(Mig) 계열과 수호이(SU) 계열로 상당수 일치한다. MI-24 헬기도 공히 사용된다. 지대공 미사일 부크(Buk)와 스트렐라도 양국이 같이 사용하는 무기체계중 하나다.
문제는 무기의 ‘양’이다. 소모될수록 부족한 쪽이 치명상을 입는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업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2022년 집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142개국 중 22위의 군사력이다. 러시아는 세계 2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우크라이나가 전투기 69대를 보유한 데 반해 러시아는 772대를 갖고 있다. GPF는 러시아군 전차 전력이 5배 더 많고, 자주포는 6배라고 밝혔다. 흑해의 운명이 걸린 해군력은 상대가 한 척도 없는 잠수함을 러시아는 70척가량 운용 중이다.
러시아가 불리하면 전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개발을 직접 발표한 극초음속 공대지 탄도미사일 ‘킨잘’의 존재 때문이다.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속도로 최대 사거리는 2,000㎞. 패트리어트 등 기존 미사일방어(MD) 체제로는 대응이 어렵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킨잘 사용을 공식 인정하면서 ‘다른 탄두’도 탑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핵 탑재 가능성을 흘린 것이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지원이 우크라이나의 생명줄이다. 서방이 지원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의 맹활약으로 러시아군의 제공권 확보는 사실상 저지됐다. 보병 대전차화기로 러시아 기갑전력을 막아 내는 모습이야말로 우크라이나가 분투하는 상징이다. ‘성(聖) 재블린’이란 별칭이 붙은 미제 대전차미사일 FGM-248 재블린 이야기다. 1기 당 1억원 가량으로 알려진 이 병기는 전차 앞면을 노리는 대신 포탑 위에서 내리꽂는 ‘탑 어택’ 방식으로 러시아 전차를 공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재블린 300기에 러시아 전차 280대가 격파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더해 스웨덴이 개발해 영국 등에서 운용중인 ‘차세대 경량 대전차로켓(NLAW)’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토 소속이면서도 친(親)러 성향을 드러냈던 터키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합류했다. 중고도 전술 무인기(드론) ‘바이락타르’가 대표적이다.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바이락타르는 러시아군의 대공미사일 사이트를 잇따라 파괴하고 있다. ‘가격대비 성능’이 월등하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발표한 '가미카제 드론' 스위치블레이드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구식 총기도 실전에 투입됐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제정 러시아 시기인 19세기에 채택된 모신 나강 소총은 물론 우리에겐 6ㆍ25전쟁 시절 ‘따발총’으로 익숙한 PPSh 기관단총을 손에 들고 있다. 1차대전부터 사용된 맥심 중기관총이 포착되기도 했다. 대다수 국가에서 사라졌지만 우크라이나엔 절실한 화기다.
걱정되는 점은 러시아가 ‘비대칭전력’을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핵탄두 여러 개를 싣고 복수의 목표를 한 번에 타격하는 다탄두탄도미사일(MIRV) ‘토폴-M’을 꺼내 들지 군사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을 직접 거론하며 생화학무기의 실전 투입 가능성을 주의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