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각도’ ‘급강하 속도’ ‘산산조각 난 기체’ 中 여객기 미스터리

입력
2022.03.22 18:25
17면
[132명 탑승 中여객기 추락 이틀째]
산악 지형에 구조 난항...드론 투입
충돌 회피 기동 노력 없이 수직 낙하
정상적 속도보다 빠른 낙하...
전문가들 "특이한 데이터 드문 광경"


132명이 탑승한 중국 동방항공 보잉737-800 여객기가 광시장족자치구에 추락한 지 이틀째인 22일, 아직 생존자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소방대원과 인민해방군까지 총동원돼 구조·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추락 사고 정황은 의문투성이다.

글로벌타임스와 펑파이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소방당국은 여객기가 추락한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에 수백 명의 구조 인력을 투입해 밤샘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생존자를 찾지 못했다. 여객기 일부 잔해와 불에 탄 신분증, 지갑 등 탑승객들의 소지품 일부만 발견했다.

소방당국은 전날부터 사고 현장에 비가 내리고, 진입로가 좁은 산길 하나밖에 없어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팀은 현장에 드론을 투입해 공중에서 찍은 사진에 의존하며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여객기는 전날 오후 1시 15분(현지시간) 남부 윈난성 쿤밍을 출발해 광둥성 광저우로 향하던 도중 우저우 텅현 인근 산악 지역에 추락했다. 기내에는 승무원 9명을 포함해 132명이 타고 있었다.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기체 자체가 산산조각 날 정도의 큰 폭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일단 한국인 탑승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구조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 내에선 이번 사고의 원인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직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여객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해당 영상에는 여객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상공에서 야산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담겼다. 주목되는 부분은 영상 속 여객기가 조종석이 지면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는 점이다. 통상 여객기 추락 시 조금이라도 완만한 각도로 지면에 닿기 위해 조종사는 '충돌 회피 기동'을 하기 마련인데, 이번 사고에서는 이런 모습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항공우주 잡지 '항공지식'의 왕야난 편집장은 현지 매체 펑파이에 "조종사가 비행기에 대한 통제력이 있었다면 날개를 이용해 활공하거나 비스듬한 각도로 지면에 접근했을 것"이라며 "조종석이나 꼬리부터 추락하는 것은 조종사가 비행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추락 당시 속도도 의문이다. 항공 노선 분석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고도 2만9,000ft(8,839m)에서 정상적인 속도보다 더 빠르게 추락했다. 사고 기종인 보잉 737은 다른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급강하 예방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여객기의 동일 기종 조종사 출신의 항공 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여객기 사고는 (속도 등) 특이한 데이터를 나타냈다. 비행기가 이렇게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류허 부총리와 왕융 국무위원을 현장에 파견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동방항공과 사고기 제조사인 보잉 측도 사고 원인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원인 규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된다.

중국에서 대형 여객기 추락 사고는 2010년 8월 이후 11년 6개월여 만이다. 2010년 8월 24일 허난항공 여객기가 헤이룽장성 하얼빈 공항을 이륙, 목적지인 헤이룽장성 이춘시 린두공항에 착륙하다 지면에 부딪혀 동체가 두 동강 나면서 화재가 발생, 42명이 사망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