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文· 尹 갈등, 지금이 감정싸움 할 땐가

입력
2022.03.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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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두고 신구 권력 간 힘겨루기가 가열되고 있다. 가뜩이나 정권말 인사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양측 관계가 한층 더 꼬이는 양상이다.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됐는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회동이 열리지 않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많은 난제를 앞둔 시기에 서로 오기를 부리며 감정 싸움을 벌일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양측 간 기싸움은 이틀째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말해 사실상 윤 당선인 측을 겨냥했다. 전날 제기했던 안보 공백 우려로 정권교체기의 급박한 이전에 반대한다는 뜻을 재차 못 박은 셈이다. 이에 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저희는 일하고 싶다"며 문 대통령의 거부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을 폈다. 당선인 측은 '취임 후 통의동 근무'라는 초강수도 내놨다.

전날 양측 간 실무 협의가 소득 없이 끝나자 아예 대국민 여론전에 돌입한 태세지만 이는 양측 모두에 부담인 자해성 힘겨루기에 지나지 않는다. 취임 후 통의동 근무는 경호와 보안, 외교 행사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취임일에 맞춰 청와대를 개방하고 용산 시대를 열겠다는 윤 당선인의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시스템과 국방부·합참의 통신 체계 등을 급박하게 옮길 경우 야기될 우려 역시 근거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도 갈등의 골만 깊게 하는 일이다. 당선인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하는 게 구(舊) 권력이 취해야 할 마땅한 도의다. 여야가 허니문 기간도 없이 “대선불복” “취임덕” 등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까지 가세하면 타협의 공간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양측이 속히 만나 안보 공백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 등을 찾아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해 나가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