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는 OK, 급식은 따로... 지침 애매한 동거가족 확진 학생

입력
2022.03.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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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일괄지침 없어 학교마다 달라
타 학부모, 분리 급식·등교 반대 요구
"아이들 받을 상처도 고려해야" 걱정도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서울시민 A씨는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아들은 A씨보다 일주일 앞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이미 격리 해제 조치를 받았다.

그의 아들은 등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정작 학교에선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 동거가족(엄마)이 확진을 받아도 학생 본인이 음성이기에 등교 자체는 가능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같은 자리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학교 측 얘기였다. 학교는 아들에게 "다른 친구들과 따로 밥을 먹으라"고 요구했고, 소외감을 느낀 아들은 아예 급식 먹기를 거부했다. A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해 학원 끝나고 저녁에 집에 올 때까지 굶는다"며 "예민한 나이에 상처를 받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14일부터 교육부 지침에 따라 동거 가족이 확진을 받은 학생도 본인이 음성이라면 등교를 허용하고 있지만, 정작 방역 지침이나 급식 방식 등과 관련한 명확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A씨 아들의 사례에서 보듯 재감염 위험이 거의 없는 아이를 대상으로 교육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분리 급식'을 강요하는가 하면, 동거 가족 학생이 등교하는 것에 불안해하는 다른 학부모들의 항의도 잇따른다.

최근 각급 학교는 동거 가족이 확진을 받은 학생들의 수업과 급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동거 가족 확진 학생의 등교를 항의하거나 급식을 분리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은 학부모 B씨는 음성인 첫째 아이를 학교에 보냈지만 주변 학부모로부터 "애를 꼭 학교에 보내야겠냐"는 불만 섞인 말을 들었다고 한다. B씨는 "첫째까지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수업권 침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온라인 카페 등에서도 동거 가족 확진 학생의 등교를 두고 설전이 벌어진다. 한 맘카페 회원은 "지침상 등교가 가능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 주려면 알아서 애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부모들은 "맞벌이 가정이거나 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기 어려운 경우가 분명히 있다"며 "코로나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몸을 움츠려야 하는 아이들이 받을 상처는 안중에도 없냐"고 맞섰다.

동거 가족 확진 학생들의 등교 문제가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짐에도, 급식이나 방역지침과 관련한 교육부 차원의 세부지침은 없는 상태다. 결국 현장에서 학교장 판단 아래 학교마다 다른 지침이 운영된다는 뜻이다. 일부 학교는 학부모 민원과 집단 감염을 고려해 △가족이 격리 중이거나 △확진 격리 후 등교한 학생들의 경우 3~5일간 분리급식을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의 규모와 급식 방식 등) 학교마다 처한 상황이 워낙 제각각이라 세부 지침을 내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각 학교에서 방역·급식 관련 문의가 들어오면 개별적으로 적절한 대책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