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생화학 무기 사용 고려 징후”…바이든 유럽 방문 앞두고 미러 대치 심화

입력
2022.03.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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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러 생화학 무기 사용 '가짜 깃발 작전' 경고
美, 수십 년 수집 구소련 무기 우크라이나 지원
러, 미국대사 초치 항의...극초음속미사일 성능 자랑도


유럽 방문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생물ㆍ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동시에 구소련 방공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건네고 최근 유럽을 다녀온 국방장관이 바이든 대통령 유럽 순방을 다시 따라 나서기로 하는 등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도 계속 힘을 싣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극초음속미사일 ‘킨잘’ 타격 성공을 강조하고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를 초치해 바이든 대통령의 ‘푸틴 전범’ 발언에 항의하는 등 기싸움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 이제는 미국이 유럽에 화학 무기와 생물학 무기를 배치해뒀다는 새로운 ‘가짜 깃발 작전’까지 감행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특히 “그들은 또 우크라이나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이는 그(푸틴)가 (그 무기를) 둘 다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명확한 징후”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생화학 무기 공격을 당한 것처럼 꾸민 뒤 다시 우크라이나에 생화학 공격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이 이미 나서 러시아의 생화학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러시아가 침공 후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생화학 무기 실험 관련 주장을 제기했는데, 푸틴 대통령의 특성상 이런 주장을 거듭하는 것은 역으로 러시아가 이 무기를 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바이든 행정부는 분석한다.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극초음속미사일이나 열압력탄 같은 대량살상용 무기를 꺼낸 데 이어 더 피해가 큰 생화학 무기까지 극단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성명과 트위터 등을 통해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비를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잠재적인 사이버 공격지 목표를 선택 중이라는 첩보가 있다”며 민간 부문 사이버 방어 강화를 주문했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 해커로 추정되는 집단의 사이버 공격을 받아 석유와 육류 공급망이 마비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경제 제재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사이버 해킹으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다.

우크라이나 방어력 증강을 위해 미국이 수십 년간 몰래 수집해온 구 소련 이동식 미사일 방공시스템 SA-8 등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도 가만 있는 건 아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21일 존 설리번 주러 미국대사를 초치해 바이든 대통령의 푸틴 대통령 ‘전범’ 비난 발언 관련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미국과의 국교 단절 가능성도 언급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18, 20일 발사한 킨잘 미사일 효과가 확인됐다며 은근한 경고장을 던지는 등 자신들의 본거지 유럽을 찾는 바이든 대통령 경계 심리를 드러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