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이 뤼순 감옥에서 남긴 글씨·사진첩, 보존처리된다

입력
2022.03.22 15:54
24면
삼성문화재단, 독립문화유산 보존처리 지원

세월의 더께가 앉은 안중근 의사의 유물 3점이 새 단장을 한다.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수감된 뤼순 감옥에서 남긴 붓글씨(유묵) 2점과 처형 전 꺼내봤을 가족 사진에 대한 보존처리가 이뤄진다.

삼성문화재단은 안중근 순국 112주기를 나흘 앞둔 22일 안중근의사숭모회 소장품인 유묵 2점과 가족 사진첩 1점의 보존처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숭모회, 안중근의사기념관과 함께 안중근 유물을 조사한 결과 보존처리가 필요하다고 선정한 3점이다. 이달부터 리움미술관에서 1년간 보존처리를 한 뒤 내년 3월 숭모회에 다시 인계된다. 재단이 독립운동 관련 유산의 보존처리를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묵은 '천당지복영원지락(天堂之福永遠之樂)', '지사인인살신성인(志士仁人殺身成仁)'이라고 쓴 글씨다. 1910년 3월 남긴 것으로 보인다. '천당지복영원지락'은 '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그의 천주교에 대한 신앙심이 배어있다. 최초 소장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2020년 1월 가족 사진첩과 함께 국내 귀환했다.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한 '지사인인살신성인'은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의미다. 안중근이 자신의 공판 과정을 취재한 도요(土陽)신문 통신원 고마쓰 모토고에게 써준 것이다. 고마쓰가 1921년 일본으로 가져갔고, 후손이 2016년 11월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했다.

안중근의 부인 김아려와 아들 분도, 준생이 찍힌 사진도 보존처리된다. 안중근의 의거 다음 날 하얼빈에 도착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안중근을 보지 못했다. 이 사진은 당시 이들을 수상히 여긴 일본 경찰이 총영사관으로 연행한 뒤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중근의 통역을 맡았던 소노키 스에요시가 사형이 언도된 안중근을 안타깝게 생각해 비단 사진첩에 이 사진을 담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소노키가 보관하다 일본의 한 소장가를 통해 2020년 1월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됐다.

류문형 재단 대표는 "앞으로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립문화유산을 보존해 다음 세대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