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러시아제 장거리 방공시스템 지원 논의

입력
2022.03.22 08:59
슬로바키아·불가리아·터키 보유 지대공 미사일 유력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각종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무차별 폭격하는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인 2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장거리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한 방어 능력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의 중”이라며 “적극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군이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방공 시스템이 우선 지원 품목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훈련받았던 구소련제나 러시아제 무기일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를 방문했다. 두 나라는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부크(Buk)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웬디 셔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이달 초 터키에 러시아제 S-400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도 나왔다.

커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방공미사일 시스템이 S-300이나 S-400인지 묻는 말에 즉답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에 익숙한 시스템이라는 발언 취지에 비춰볼 때 이 두 가지 무기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커비 대변인은 “당장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조율된 것은 없다”면서도 “미국은 분명히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방공시스템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그동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거나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 위험을 이유로 이를 거절한 미국은 전투기급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공시스템 구축과 대전차 무기 지원에 무게를 두고 동맹국들과 지원 방안을 고심해 왔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