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하향? 소년법 폐지? "처벌 강화가 능사 아냐" ['소년심판' 그후]

입력
2022.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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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 강화하자' '보호처분 없애야' 엄벌 여론
윤 당선인 '촉법소년 만12세 미만 하향 조정'
"흉포화 경향 일부, 대다수는 보호처분 필요"
"교화 시스템 내실화… 지역·민간 연계 모델로"


아이들 범죄가 언론을 통해 흉폭하게만 그려지고 있어. 사회도 대책이 없지. 그저 소년법 폐지만 주장해. 문제는 법이 아니야, 시스템이지. (중략) 소년법의 초점은 교화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중

살인과 성범죄 등 일부 청소년의 흉악범죄가 주목받으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소년법 폐지 등 처벌 강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선별적 엄벌에는 동의하지만,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 체계 내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보호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는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는 뜻이다. 가장 중한 보호처분 10호는 소년원 2년 이내 송치다. 만 10세 미만 소년에게는 아무 처분도 내릴 수 없다.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이들은 보호처분 제도가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고 형량은 높이자는 주장에 보호처분 자체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공약으로 '촉법소년 연령 만 12세 미만 하향'을 내놓았다.

촉법소년 증가 추세지만 살인 등 흉악범죄는 '5%'

22일 법무부·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소년범죄 발생건수는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2019년에는 2010년보다 35%가량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소년 보호관찰대상 재범률(12%)은 성인(4.5%)의 3배에 달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촉법소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찰청의 '최근 5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을 보면, 2016년 6,576명이던 촉법소년은 2020년 9,606명으로 급증했다. 5년간 촉법소년 3만9,694명 중 만 13세가 2만5,502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등 흉악범죄 비중은 5%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엄벌이 필요한 흉악범죄와 일반 생계형 범죄를 분리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년법이 제정된 1953년에 비해 아이들이 조숙해졌고, 범죄도 흉포화 경향을 보여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고려할 만하다"면서도 "보호처분으로 교화 가능한 95% 소년에게는 전과를 면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 위원은 "흉악범죄가 보호처분을 받는 경우에는, 11호·12호 처분을 신설해 별도 소년원을 만들거나 형사처분 통로로 분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년범의 대부'로 불리는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소년법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천 부장판사는 "형법상 만 14세 미만은 처벌할 수 없어, 소년법을 폐지하면 오히려 촉법소년을 벌할 수 없게 된다"고 짚었다.

천 부장판사는 처벌을 강화하면 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점도 우려했다. '님비 현상' 극복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소년교도소는 전국에 한 곳뿐으로 형사처벌이 늘면 과밀화될 수밖에 없다"며 "교도소 안에서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고, 인권침해와 교정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는 소년교도소만 7곳이며 소년원 52곳에 소년분류심사원도 52곳이나 된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재범률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법을 폐지하면 일반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교도소에서 괴물을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통합가정법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소년보호사건은 가정법원, 소년형사사건은 일반 법원에서 처분하고 있다. 그는 "통합가정법원이 도입되면 판사 재량권이 넓어져 치료적 개입 여지를 높일 것"이라며 "성인에 의한 학대·방임 사건에도 신속히 개입해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년 보호관찰제도, 지역사회·민간 전문가 연계 필요"

소년 보호관찰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언급됐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서 34년간 소년 업무를 담당한 윤용범 청소년행복재단 사무총장은 "보호관찰관에게만 책임을 지우면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교·사회단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소년을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년원 출신 법학박사'인 구건서 노무사 역시 "소년원을 나와 기댈 곳이 없으면 또래 집단에 돌아가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실수했어도 보듬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다면 소년들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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