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피해 '눈덩이'…폐기물 처리장 소실, 생활용수 계곡물도 오염

입력
2022.03.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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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폐기물 60% 처리 나곡 사업소 '소실'
재활용 선별장·소각장·침출수 처리장 중단
나무 타 생긴 재, 계곡 따라 하천까지 흘러
피해액 1,400억 넘어...울진군, "늘어날 것"

경북 울진 산불이 열흘 만에 진압됐지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축구장 2만9,000개가 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것으로 모자라 쓰레기 처리장이 전부 불에 타 폐기물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주민들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계곡물마저 오염됐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20일 군에 따르면 지난 4일 울진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직선으로 15㎞ 떨어진 북면 나곡리 환경자원사업소(사업소)까지 확산돼 건물과 내부 설비가 불에 탔다.

나곡 사업소는 울진군이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시설이다. 소각장과 재활용 선별장, 매립장과 침출수 처리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산불로 소각장은 물론 재활용 선별장과 침출수 처리장이 전부 탔고, 매립장 일부가 탔다. 또 직원 사무실이 있는 관리동도 피해를 입었다. 복구 비용은 112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울진에서 배출하는 재활용 쓰레기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생활 폐기물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나곡 사업소는 울진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60%인 하루 20톤 가량을 처리해왔다. 처리 폐기물 가운데 5톤가량은 울진읍 신림리 울진 환경자원사업소로 반입되고 있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매립장에 임시 보관 중이다.


나곡 사업소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도 산불에 분리막 설비가 손상되면서 저수조에 그대로 보관 중이다. 저수조 용량 2,400톤 중 침출수 발생량은 하루 60톤에 달한다. 이미 절반이 찬 터라 앞으로 길어야 20일 정도 버틸 여력만 남았다. 울진군은 환경부 등에서 재난지원금이 나오면 민간 전문 처리업체에 맡길 계획이다.

울진군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군비를 들여서라도 민간 업체에 위탁 처리해야 한다”며 “파손 상태가 심각해 시설물만 복구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건물까지 새로 지으면 1년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산불로 계곡물도 오염돼 일부 마을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나무가 타서 생긴 재가 계곡물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다. 잿물은 마을 내 평지 하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계곡물을 끌어다 생활용수로 쓰는 일부 마을 주민들은 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군은 임시 방편으로 울진 지역 수돗물인 보배수와 외부에서 기부한 생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 계곡물을 써온 마을에는 상수도망 설치나 신규 지하수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일 발생한 울진 산불로 이날까지 피해를 입은 산림 면적은 1만8,463㏊로 집계됐다. 건축물은 주택 326동과 창고 171개동, 축사 26개동 등 총 608개동이 불에 탔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219가구, 335명에 이른다. 잠정 추산한 산불 피해 규모는 주택 피해액 100억2,280만 원을 포함해 1,400억 원으로 늘었다.

울진군 관계자는 “1,400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정확한 금액이 아니다”며 “피해 접수가 끝나고 조사를 마무리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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