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예금·대출금리"… 윤 정부선 예대금리차 매달 공시?

입력
2022.03.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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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예대금리차 공시' 공약에
'모든 은행 매달 일괄 공시' 방안 등 거론
"제조업체에 제조원가 공개하라는 꼴" 반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를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월별 공시’ 등의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은행의 비밀주의에 맞서 소비자의 권리를 높이려는 취지지만, 금융권은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방안"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수위는 조만간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를 위한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향후 논의해봐야 한다"면서도 "'서민금융 공약은 반드시 이행한다’는 공감대 위에서 월별 공시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과도한 예대금리차 해소를 약속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는 반면 예금금리는 소폭만 올라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6월 2.12%포인트 △9월 2.14%포인트 △12월 2.21%포인트로 계속 높아졌다. 기준금리 인상기에 예대금리차가 점점 벌어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해결할 방법 중 각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매달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에 일괄 공시하는 방안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는 각 은행의 분기별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만 예대금리차를 확인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마다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최신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됐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공약의 취지 자체가 소비자 피해는 줄이고 편의성은 높이자는 것인 만큼, 한눈에 최신 예대금리차를 파악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은행 간 경쟁이 붙어 자연스럽게 예대금리차가 좁아지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을 통해 △가중금리 산정 시 리스크 설정 적절성 △은행 간 담합 여부 등을 점검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실효성·합리성 모두 떨어져"

하지만 금융권은 이에 대해 실효성과 합리성이 모두 떨어지는 방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상품별 최신 금리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전체 예대금리차로 전환해 매달 공개하는 게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리를 결정할 때는 수요와 유동성 등 다양한 요소가 적용되고, 각 차주의 금리차도 다 다르다”며 “기왕 예대금리차 공시를 확대하려면 이 같은 다양한 요소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게끔 정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정부가 예대마진에 직접 개입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치 제조업체에 제조원가를 일일이 공개하라는 격”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