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英 총리 “폭군과 타협? 심각하게 잘못된 이야기”

입력
2022.03.20 15:11
보수당 춘계 콘퍼런스 연설서
"푸틴, 우크라이나의 자유 두려워해... 
관계 정상화, 2014년 실수 반복하는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목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푸틴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저지가 아니라 러시아 내 민주주의와 자유 요구 확산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존슨 총리는 서방을 향해 전쟁이 끝나더라도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정상화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8년 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이 저지른 실책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존슨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영국 블랙풀에서 열린 보수당 춘계 콘퍼런스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고 전혀 믿지 않았을 것이며 우크라이나 영토에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는 대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언론 자유와 자유 선거를 두려워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반전(反戰) 목소리를 내면 15년형을 선고받고, 선거에서 푸틴 대통령과 맞서면 독살될 수 있다”면서 “푸틴은 자신을 향한 비난을 두려워했고, 우크라이나의 선례가 자신과 러시아에 미칠 영향을 두려워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실패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승리한다면 동유럽 전체에서 ‘위협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설에도 선을 그었다.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의 전환점이며 자유와 억압 사이 선택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주의’를 말하는 일부 서구권 정부가 ‘폭군’과 (상황을) 조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과 돈바스 전쟁을 떠올려야 한다고도 존슨 총리는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정상화 시도는 똑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존슨 총리가 우크라이나 국민의 항전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에 빗댄 부분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처럼 자유를 선택하는 것은 본능”이라며 “영국인 다수가 브렉시트에 찬성한 것도 이 나라(영국)가 스스로 국가를 운영하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의 이 발언에 대해 도널트 투스크 전 EU 집행위원장이 “상식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여당인 보수당 내부에서도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보는 공포를 정당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