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4 지진은 지난해 2월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3 지진과 닮았다. 규모 7 이상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는 1년 만에 두 차례나 발생했다. 더 큰 지진의 전조는 아닐까. 한반도에 영향은 없을까. 지진 전문가인 도쿄대 대기해양연구소 박진오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규모 7 지진이 1년 만에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데.
“작년 2월 13일 오후 11시 8분께 규모 7.3 지진이 있었는데, 16일 오후 11시 36분께 발생한 지진은 그때의 진원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규모,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발생했다. 지진은 지각 판(플레이트)의 경계면에서 자주 발생한다. 일본 열도 동쪽에는 7,000~8,000m 깊이의 일본 해구가 있는데, 이곳이 판의 경계다. 서쪽의 육지 판 밑으로 동쪽의 태평양 판이 밀려들어가고 있다. 작년(55㎞)과 이번(60㎞) 진원의 깊이로 볼 때 태평양 판 내부에서 역단층 이동이 발생해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11년 전 동일본대지진 때와는 메커니즘이 다른가.
“동일본대지진 때는 판의 경계면에서 지진이 발생한 데다 깊이가 24㎞로 얕았기 때문에 파괴력과 쓰나미 강도가 대단했다. 이번과는 다르다. 그러나 규모 7의 지진이 1년 만에 발생한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판에 균열이 생긴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규모 7~7.5 정도의 지진이 향후 30~40년 사이 발생할 확률을 70%쯤으로 보는데,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 동쪽 지역에선 과거의 기록으로 예측했던 주기보다 더 짧아졌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규모 7의 지진이 수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빈도가 된 것 같다.”
-이 지역에서 규모 7 정도 지진이 전보다 자주 발생한다면, 더 큰 대지진이 올 수도 있나.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이 정도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판의 경계면에서 쌓인 응력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지진이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아 지각에 응력이 축적되는 경우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南海) 트로프 대지진’과 ‘수도권 직하지진’을 우려하는데.
“1923년 간토대지진 규모가 7.9였다. 이후 이 정도 지진이 아직 간토 지방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간사이 지방 남쪽에 있는 난카이 해구를 중심으로 한 대지진 역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1944년(규모 7.9)과 1946년(규모 8.0) 이후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없었다. 일본 정부는 30~40년 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최대 3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재난이 예상되는 만큼 일본 정부는 해저 단층에 탐사시설 등을 촘촘히 설치해 연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 가능성을 공표하고 재해 대비책을 강력하게 취하고 있다. 이번에 도쿄에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흔들렸지만 큰 피해는 없어 놀랐다.
“한국의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 진도 4가 관측됐다면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을지 모른다. 일본은 건축의 내진 규제가 엄격하고 모든 학생에게 재해 대비 훈련을 시킨다. 집 안에도 ‘방재 가방’ 등 재해 대비 용품을 갖춰두도록 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은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가 2016년 9월 12일 경주시 인근에서 발생했다. 규모 5.8이었다. 지난해에는 제주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했다. 한국도 이제 지진 안전지대로 부를 수 없게 됐나?
“제주도 지진을 보면 좀 불안한 면이 있다. 우리나라를 일본 열도가 감싸고 있고 이를 둘러싼 태평양 쪽에 판과 판의 경계면이 위치해 지금까지는 지진이 일본 쪽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4일 제주 서귀포 서남서쪽 32㎞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3)을 보면, 일본 규슈 서쪽에서 제주도 쪽으로 올라가는 새로운 판의 경계면이 생기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은 활동적이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지진학적 리스크가 결코 낮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