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난 일주일은 '탈권위·탈독점·탈혼밥'으로 요약된다. 대선후보 시절처럼 국민들과 격의 없는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고, 공동정부 파트너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인사권을 나눴다. 일정 중에도 참모진 등과 식사를 하면서 "혼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당선 확정 이틀 뒤부터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청와대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12일 청와대 개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통령실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TF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원회가 아니라 당선인이 의지를 갖고 직접 챙기는 조직"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기간 "청와대를 역사관이나 공원으로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일상 속 탈권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13일 반려견 '토리'와 한강공원에서 산책하며 주민들을 만났고, 14일부터 통의동 집무실로 출근한 뒤로도 점심시간 외출 길에 시민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거나, 손 인사를 하며 친근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사권도 독점하지 않았다. "국정운영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단일화 파트너 안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17일 완료된 인수위원 구성을 보면, 위원 24명 가운데 8명(33.3%)이 안 위원장 추천 인사다. 인수위의 '입'인 대변인에 신용현 전 국민의당 의원,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분과 위원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을 기용하는 등 주요 포스트에 '안철수계' 인사를 포진시켰다.
식사 자리도 소통의 계기로 삼고 있다. 윤 당선인은 통의동 집무실로 첫 출근한 이후 이날까지 나흘 연속 점심 회동을 했다. 14일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함께한 후로 인수위 관계자 등 참모진과 밥을 먹고 있다. 음식 가격대가 높지 않은 평범한 식당들을 방문했고, 메뉴는 꼬리곰탕과 짬뽕, 김치찌개 등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재선 의원은 "당선인에게 최대한 바깥에서 스스럼없이 식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혼밥'이 상징하는 '불통'에 국민들이 질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14일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의 고충을 경청하고, 다음 날에는 경북 울진 산불 현장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했다. 이후론 민생 행보나 메시지는 실종 상태다. 대신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등을 둘러싼 신구 권력 간 충돌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코로나로 민생이 위기인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첫 번째 우선순위가 집무실 이전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