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을)은 '6·1 지방선거에서 호남 의원들이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채이배 비대위원의 주장을 "망언"이라고 비판하며 비대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청와대 출신 의원들도 문재인 대통령의 반성문을 요구한 채 의원 비판에 가세하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민 의원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16일) 광주 현장 비대위에서 나온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 개인적 소견은 무어라도 낼 수 있으나 지금 이 시기 민주당 비대위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너무나 중요하다"며 "특히 내부 비판에 관한 것이라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런 말들을 제어할 수 없다면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자격 미달이다"며 "채이배 위원을 즉각 내보내라"고 주장했다.
채 비대위원은 전날 광주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기득권이 가장 강한 호남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을 해야 한다"며 "호남에서만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진정한 지역 일꾼을 뽑도록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내려놓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당의 주요 인사들은 누구든 '분열 없는 비판'이라는 대원칙 아래 정돈된 주장을 해야 한다"면서 "하물며 비대위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내용도 품위도 예의도 없는 정돈되지 않은 주장들이 비대위원의 이름으로 튀어나오는 걸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채 위원을 사퇴시키지 않아도 된다면 그에 어울리는 변명을 명확하게 제시하기 바란다"며 "이도 저도 아닐 경우, 왜 자격 미달인지 왜 내보내야 하는지 상세하고 아프게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채 비대위원 비판에는 고민정 의원을 비롯한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입니까"라며 "깊은 유감이다.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평가는 누군가를 내세워 방패막이 삼거나, 지난 시기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사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채 위원의 처신은 갈림길에 선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비상대책위원의 언사로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 비대위에도 요구한다. 선거 패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위한 치밀한 프로그램을 비대위가 나서 하루 빨리 마련해달라"며 "그것이 지금 비대위가 해야 할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동료 의원들에게도 부탁한다. 개개인의 주관적 평가는 토론장에서 논쟁하자"며 "지난 대선 패배가 당의 분열이라는 더 큰 위기가 되지 않도록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유리알 만지듯 조심하면서 함께 마음을 모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공동성명에는 고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의겸 민형배 박상혁 윤건영 윤영덕 윤영찬 이장섭 정태호 진성준 최강욱 한병도(이상 가나다순) 등 총 14명의 의원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