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집단면역 달성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 한 날림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의학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적 행위다."
17일 최재욱 고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망자가 폭증한 지금 상황은 사회적 참사"라며 정부의 방역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 교수뿐만 아니다. 방역 전문가들은 현 상황의 심각성, 의료 현장의 급박한 상황은 외면한 채 '6명 11시 유지냐, 8명 12시 완화냐' 같은 거리두기 숫자놀음만 일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부터 새롭게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두고 정부가 누차 완화 사인을 보내온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완화 기류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읽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불확실성은 있지만, 정점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점 이후 일상 회복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온 것에 비춰보면, 정점이 가까워졌으니 방역도 추가로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는 사적모임 인원을 현행 6명에서 8명까지 늘리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자정까지 연장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60만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하루에 400명 이상 나오는 현 시점에서 또다시 국민들의 경각심을 늦추는 결정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교수는 "유행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괜찮다, 감당 가능하다, 더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무력화하면 확진자 폭증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며 "단순히 치명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한 달 반 만에 6,000명이 사망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정부의 행태를 보면 걸릴 사람 걸리고 죽을 사람 죽으라는 건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살릴 생각은 안 하고, 국민 개개인과 의료기관에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며 "거리두기 완화로 얻을 수 있는 실익과 확진자 폭증으로 입을 피해를 따져보면 어떤 선택이 현명한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거리두기 조정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