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반성문 쓰라" 채이배 요구에 靑 출신 의원들 집단 반발

입력
2022.03.17 16:35
'문재인 복심' 윤건영 등 "채이배 사과하라"
민형배 "정돈된 주장해야...채이배 내보내라"
"패배 원인 찾아야...입 막아선 안 돼" 반론도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는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의 발언에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을 비롯해 현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6명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채 비대위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당을 수습하기 위해 나서주신 비대위원들 역시 뼈아픈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갖고 있다"며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만 돌리는 건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위기 상황에서 성과를 낸 점도 거론하며 "왜 그 노력은 보지 않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채 비대위원을 당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낸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의 주요 인사들은 누구든 분열없는 비판이라는 대원칙 아래 정돈된 주장을 해야 한다"며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채 위원을 즉각 내보내시라"고 촉구했다.

채 비대위원이 16일 광주시당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꺼낸 '반성문'이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됐다. 그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조국 사태' 때 내로남불로 일관한 것이 민심이 떠난 이유였다며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은 시점이 "당·청이 반성하고 사과할 기회"였으나, 청와대가 이마저도 놓쳤다고도 했다. 채 비대위원은 같은 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적어도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 의견은 분분하다. 청와대 출신 의원들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선 패배 원인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성역'은 없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지역 민주당 재선 의원은 1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졌는데 뭔 얘기를 못하겠나. 입을 닫게 할 수는 없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