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시험장’ 기초의회에서 활동하는 동네 일꾼들은 나이와 성별, 직업 등이 골고루 반영돼 선출됐을까. 한국일보 분석 결과 2018년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8세였다. 3,000명 가까운 전국 기초의원들 가운데 50대 남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었다. 반면 전국 시군구 226곳에서 활동하는 기초의원 중 2030세대는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전국의 기초의원들을 연령별로 집계하면 △20대 26명(0.89%) △30대 166명(5.73%) △40대 621명(21.44%) △50대 1,500명(51.79%) △60대 595명(20.54%) △70대 이상 18명(0.62%)이다. 40대 미만은 6.62%에 불과하고, 50대 이상이 72.3%를 차지할 만큼 '늙은' 의원들이 동네 일꾼을 자처하고 있었다.
기초의회에서 청년들이 실종된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 앞다퉈 내걸었던 ‘만 45세 미만’ 의무 공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30% 의무 추천을 공언했지만, 실제로 공천받은 후보는 16%에 불과했다.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도 50% 이상 할당을 약속했지만, 선거에 나선 청년 후보는 9%에 그쳤다. 거대 정당 두 곳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기초의회 226곳 가운데 40세 미만 정치인이 한 명도 없는 지역구가 절반(115개)에 달했다.
동네 일꾼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전과도 많았다. 전체 지역구 기초의원 후보자 5,336명 중 2,204명(41%)이 전과가 있었고, 이 중 955명이 당선돼 현재 지역구 기초의원 가운데 38%는 전과자다. 대부분 생계형 단순 범죄였지만, 상습 음주운전, 체납, 폭력, 간통 전과도 있었다. 부산 금정구에선 출마자 가운데 체납액이 가장 많은(6억2,636만 원)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여성 기초의원은 31.4%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지만,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성은 18.2%에 불과했다. 비례대표 홀수 순번에 여성 의무 공천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이 없었다면, 여성 비율은 20%대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 성별 다양성은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는 기초의회 168명 중 여성은 36명, 40세 미만은 5명에 불과해 다양성 지수가 가장 낮았다. 다양성 지수가 가장 높은 대전시에서도 기초의원 62명 중 만 40세 미만은 8명에 불과했다.
50대 남성 일색인 기초의회는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수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060세대가 2030세대의 고민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치가 좋아지려면, 특정 계층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이해충돌 문제에 취약한 측면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0대 이상은 경력과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아, 이들이 기초의회를 장기간 장악하면 의회가 사익 추구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 위주로 정치를 하게 되면, 윤리적 측면에서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출직 공직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초의회 구성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초의원이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국회의원으로 성장하는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의원 수가 가장 많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곳이 기초의회”라며 “기초의회가 바뀌려면 정당에서 청년 의무 할당제 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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