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 내정' 고산 "스타트업 현장 의견 정책에 반영할 것"

입력
2022.03.16 17:56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깜짝 영입' 
혁신 막는 '정부 규제' 정비 맡을 듯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내정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정치권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인사'의 주인공이다. '한국인 1호 우주인' 후보로 선발됐던 고 대표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영입한 인재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그에게 신산업 육성에 장애가 되는 정부 규제를 정비하는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16일 인수위에 따르면, 고 대표는 과학기술교육 분과의 인수위원으로 임명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고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한 번도 당과 관계가 없었던 분"이라며 "안 위원장이 직접 모셔온 것 같다"고 전했다.

고 대표는 2007년 9월 한국인 우주인 배출사업에서 '1호 우주인'으로 선정됐으나, 탑승할 러시아 우주선이 발사되기 한 달 전인 2008년 3월 보안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도하차한 바 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공공정책을 공부했고, 2013년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했다. 제조업계에서 제품 제작 의뢰자와 제작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카파')을 운영하는 회사다.

안 위원장은 대선출마 선언 전인 지난해 10월 자신의 유튜브채널에 고 대표를 초청했다. 당시 고 대표의 우주인 경험담을 경청하면서 벤처기업가로서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안 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은 정착까지는 어려운데 한 번 정착되고 나면 경쟁력이 엄청나다"며 고 대표를 격려했다.

두 사람은 혁신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부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타다(차량 공유 서비스) 사례를 보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가 너무 초기부터 규제를 가하면서 성장을 막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정부가 욕을 먹기 싫어서 신산업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새 사업에 문을 열어주고, 피해를 보는 기존의 사람들도 먹고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에 "저를 추천하신 이유는 현장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겪고, 느낀 점과 정보통신(IT)·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적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 부분들을 인수위에서 공유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대선기간 "대통령이 되면 매년 10개 이상의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