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민심'을 업고 제20대 대통령으로 선택된 윤석열 당선인에게 부동산 시장 안정은 쉽지 않은 과제다. 전월세시장 혼돈의 발단으로 꼽히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도 그렇다. 오는 8월이면 법 시행 2년을 맞아 또 한번 '전세 쇼크'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임대차법의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관건은 변화 폭과 속도다. 전면적인 개정이 급하게 이뤄지면 되레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등록임대사업제도 같은 보완 수단을 활용하면서 부분 개편을 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1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골자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020년 7월 31일 시행됐다. 2년마다 보증금 걱정을 안고 이사를 다녀야 하는 임차인 주거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전세난'. 기존 매물은 갱신권 사용으로 잠기고, 신규 매물은 임대인들이 4년치 상승분을 미리 반영해 받으려고 하면서 전셋값이 대폭 뛰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임대차2법이 시행되기 전인 2020년 7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단 0.4% 상승했지만 이후 1년 7개월 사이 무려 19.1%나 올랐다.
임대차법의 허점을 노린 '꼼수' 계약이 생기면서 제도의 효과는 무력화되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은 2020년 8월을 기점으로 지난해 12월까지 월평균 22.3건으로 늘었다. 2019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는 월평균 2.9건에 불과했다.
시행 2년이 되는 오는 8월이면 갱신기간이 끝나 '5% 상한룰' 적용을 받지 않는 신규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충격이 재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지난달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임대차법 개정을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손볼 부동산 정책으로 꼽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면 개편보다 단계적 조정으로 시장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등록임대사업자는 최대 10년간 임차인의 안정적 거주를 보장하는 공적 기능이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훼손한 등록임대제도를 바로 돌려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윤 당선인 공약대로 민간 정비사업이 활성화하면 임차인 주거권은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2법은 유지하되,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다주택 임대인에게 상응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임대차법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기된다. 가격 상승폭이 낮은 곳까지 법을 적용해 시장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프랑스와 독일도 임대료 상한선을 지역별로 다르게 두고 있다. 김덕례 실장은 "전월세신고제 등을 통해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 상승폭, 건축 연한 등에 따라 규제와 세제 혜택 정도를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8월 이전 개편을 바라는 분위기이지만 여소야대인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한 임대차법의 성급한 시행이 많은 논란을 낳은 만큼 세밀한 정책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기조가 바뀐다면 정책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긴다"면서 "공급과 임대료 지원을 병행하면서 점차적으로 규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