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당선

입력
2022.03.19 19:00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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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Words : 여성의 언어

우리를 파괴하는 것은 다른 여성들의 분노가 아니다.
가만히 서 있을 뿐 분노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그 안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겠다는,
분노의 본질에 직면하지 않겠다는,
그 분노를 역량의 중요한 원천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다.
오드리 로드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에서 재인용)

Her View : 여성의 관점


<48>윤석열 당선

안녕하세요, 독자님. 허스토리입니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지난 9일 여러분은 어떤 세상을 열망하며 소중한 한 표를 던지셨나요. 각자의 위치와 생각은 모두 다 다르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라면 성평등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실 겁니다. 오늘 허스토리에서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세운 성평등 관련 공약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자 합니다.

■ 범죄 피해자 중심 보호·지원 : 신변 보호부터 심리상담, 법률지원, 생계비와 치료비 지원 등 '원스톱 피해자 솔루션 센터' 신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고 스토킹 피해자 신변 보호 국가 책임제 시행. 교제폭력 사각지대 해소.

■ 권력형 성범죄 근절 :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을 입법하고 조사 및 피해자 구제 기구 설치

■ 여성가족부 폐지 : 가족을 보호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별도 부처 신설

사실 '성평등 정책'이라고 소개하기는 조금 무색한데요. 정책 공약집에 따로 '여성 정책'을 두고 있지 않은 윤 후보는 과거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던 것처럼, 범죄 피해 같은 특수적 상황에서의 정책만을 일부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성 노동이나 돌봄 상황, 가부장제와 가족 제도의 불평등, 여성 채용 차별 등 많은 '구조적 성차별' 의제들이 있지만, 안전과 보호라는 틀 안에서만 여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혹은 허스토리가 1월 뉴스레터에서 지적한 것처럼 출산과 모성의 관점으로만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성범죄 처벌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와의 전쟁'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여러분, 이번 대선 과정 동안 많은 여성이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와 성차별적 언어가 범람했기 때문인데요. 이 과정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선택은 극히 제한되었고, 또 머리 아픈 고민을 했을 여러분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윤석열 정부는 올 5월 10일 출범하게 되는데요. 모쪼록 윤 당선인이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서 '성평등'이라는 시대 정신을 국정 전반에서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Her Story : 여성의 이야기

"페미니즘 선언문들을 묶은 이 선집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억압의 표적을 더 넓고 더 크게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개인과 집단 신체로서 부끄러움 없이 작동하고 페미니스트적 저항의 새롭고 망각된 목소리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고 환영해서, 설사 우리가 짊어진 역사의 무게가 아무리 무겁다고 해도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강력한 힘으로 정당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다 불태워버리자."

와, 정말로 강력한 문장이죠. 이 책은 1851년부터 2018년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페미니즘 선언문 75편을 선별했어요. 그에 더해 부록으로는 1898년 '여권통문'부터 시작해 2021년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14편의 국내 페미니즘 선언문도 실려 있습니다. 이 한 권을 통해 국경과 시대 불문 얼마나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외침이 세상에 균열을 냈는지 엿볼 수 있어요.

물론 선언문은 언제나 늘 분노에 사로잡혀 있고, 덜 절제되어 있으며, 표지 색깔처럼 강렬한 언어로 채워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성들이 비이성적이라 폄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서문에 따르면 '선언문은 현실을 훼손하면서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는 이중의 목적을 추진(21쪽)'하는 글로 '심약한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회화된 여성들의 내면에서 배양하도록 주입된 바로 그 속성들―특히 공손함과 복종―을 거부하기에 본상 무례(26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분노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었습니다.

5월 10일,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지난 정부를 지나오며 자신의 자리에서 평등을 외쳐온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또 어떤 선언을 하며 앞으로 걸어가게 될까요. 새로운 정부에서 더 평등한 세상이 열릴 수 있도록, 허스토리와 함께 머리를 맞대 보아요.

본 뉴스레터는 2022년 3월 10일 출고된 지난 메일입니다. 기사 출고 시점과 일부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즉시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한국일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