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에 화끈하게 '인구가족부'로 덩치를 불린 뒤 부총리급으로 격상될까. 아니면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에 유관 업무를 다 떼준 뒤 차관급 '성평등청'으로 쪼그라들까.
17일 정부와 여성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받아 든 관가에서 여가부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예측이 오가고 있다.
양성평등 업무만 남겨 성평등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오히려 보건복지부에서 아동, 노인, 보육 정책 등을 가져와 여가부를 인구가족부로 확대 개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아예 부처 자체를 없애고 성평등 정책을 조율하는 위원회로 전환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문제는 '폐지'라는 표현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라고만 던져 뒀으니 가장 먼저 나온 해석은 여가부 기능을 다른 부처에 떼주고 여가부 자체를 지우는 '해체'를 떠올린다.
그런데 인수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뉘앙스'가 달라지고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공약을 그대로 정책화하면 안 된다면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가능한 해법들을 찾아보고 선택지들을 준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기획위원장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여성을 인간으로서 더 잘 존중하고 인권을 잘 살리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여가부 간판을 내리더라도 그간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자는 것이니 여가부 폐지가 '전면적 개편'으로도 읽힌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여가부 폐지는 소모적 정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상당하다. 6월 예정된 지방선거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현시점에서 아예 존재 자체를 없애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계에선 여가부 존폐 여부보다 중요한 건 '국가 차원의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여가부의 한계와 과제 등을 분석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연구를 보면 △성평등 정책을 주관하는 전담조직은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하되 △남녀 양측 모두를 위한 성평등 정책이란 점이 드러나도록 정책 통합과 조정, 시정권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인수위는 여가부를 남기고 없애고에 따른 정치적 손익만 계산할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양성평등을 위한 최적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