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광주를 찾아 대선 패배에 고개를 숙였다. 비대위 출범 후 첫 현장 회의 장소로 광주를 택한 것은 ‘텃밭’ 호남의 압도적 지지에도 정권을 내준 데 대해 사과하는 의미다.
민주당 비대위는 광주시당에서 열린 회의 시작 전 호남 유권자들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승리 소식을 갖고 찾아 봬야 하는데 너무 송구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호남의 선택이 다시는 아픔이 되지 않게,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고 쇄신하겠다”며 당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패배의 충격을 딛고 일어서 172석 ‘거대 야당’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뒤따랐다. 윤 위원장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 피해보상은 여야 의견이 합치된 만큼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조속히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라며 국민의힘 측에 협상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견제 역시 잊지 않았다. 이소영 비대위원은 “50, 60대 남성, 서울대 출신 위주의 남성 인수위(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다양한 생각을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호남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안방이지만, ‘홀대론’이 지역 표심을 흔들었던 2016년 총선 때는 민주당을 향해 회초리를 들기도 했다. 이런 전례를 의식한 듯, 이날 비대위에선 민주당이 6ㆍ1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에서부터 기득권을 버리는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내려놓을 것을 제안한다. 내 사람 심기, 줄 세우기가 사라져야 한다”며 ‘기초의원선거 무공천’을 제안했다. 거대 정당에 연줄이 없는 청년 정치인이나 소수정당 후보의 기회를 넓혀주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난해 4ㆍ7 재보궐선거에서 중도층 유권자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단초가 됐던 ‘조국 사태’ 때 내로남불로 일관한 점도 반성했다. 채 비대위원은 “인사 실패, 내로남불, 불공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잃은 가장 큰 계기가 조국 사태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도부 일원으로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